[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CJ그룹은 지난 18일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이선영 CJ ENM 커머스 부문 사업총괄을 CJ ENM 커머스부문 대표로 내부 승진 발탁했다. 홈쇼핑업계가 부진에 빠지면서 허덕이고 있지만, 이 대표의 '미디어 커머스 큐레이션 플랫폼' 전략을 통해 위기를 비교적 잘 극복하고 있다는 점이 부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신임 대표는 2000년 CJ오쇼핑에 신입으로 입사해 CJ ENM 커머스부문 브랜드사업부장, MD본부장 등을 거쳤다. 모바일과 TV를 잇는 '원플랫폼 전략'을 바탕으로 신규 상품 카테고리와 브랜드를 발굴해 회사 경쟁력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지난 8월에는 유명인을 앞세운 초대형 모바일 라이브쇼 신규 프로그램을 잇달아 론칭해 화제를 모았다. 한예슬, 소유, 안재현 등이 출연해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CJ온스타일 모바일 라이브쇼 전체 거래액은 지난해 대비 108% 올랐다. 모바일 콘텐츠 투자를 통해 신규 고객을 모바일로 유입하고 매출을 높인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 셈이다.
그 결과 올해 3분기 실적은 업계에서 유일하게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성장했다. CJ온스타일은 3분기 매출 3338억원, 영업이익 9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2%, 29.6% 증가했다.
CJ온스타일 관계자는 "모바일 라이브쇼는 비교적 시청 연령대가 낮은 편으로 여느 플랫폼에서 볼 수 없었던 브랜드를 연예인과 소싱한 덕을 톡톡히 봤다"며 "전년 동기 대비 모바일 라이브커머스 취급고도 88.6%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에비해 다른 TV홈쇼핑 업체 실적을 보면 롯데홈쇼핑 영업이익은 98억원으로 흑자 전환했지만, 매출은 5.2% 줄었다. 현대홈쇼핑은 매출은 0.3% 증가한 2558억원, 영업이익은 2.6% 감소한 90억원의 성적표를 냈다. GS샵은 매출 2510억원, 영업이익 186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3.4, 2.7% 빠졌다.
홈쇼핑 업계는 TV 시청자가 줄고 송출수수료 부담은 증가하는 '이중고'를 겪으면서 업황 부진을 겪고 있다. 이번 3분기 실적은 전반적으로 외형적인 성장을 거둔 듯 하지만, 지난해 부진했던 실적에 따른 기저효과가 뚜렷했다는 평가다.
데이터홈쇼핑(티커머스)도 상황은 비슷하다. 신세계라이브쇼핑은 3분기 매출 770억원, 영업이익 1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3%, 8.3% 늘었다. KT알파는 같은 기간 매출은 0.1% 늘어난 994억원, 영업이익은 21.3% 증가한 33억원을 기록했다. SK스토아 매출은 717억원으로 0.3% 소폭 늘었다.
주요 업체들은 지난해 수장 교체를 단행하면서 올해 분위기 쇄신을 꾀했지만, 구조적 한계 속에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서 GS샵, 현대홈표핑, KT알파, SK스토아, 신세계라이브쇼핑 등은 줄줄이 대표이사를 교체하고 새 판을 짜려는 시도를 한 바 있다.
그럼에도 업황이 언제쯤 개선될지는 미지수다. 시청자 감소와 송출수수료 부담 등의 구조가 그대로여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7개 TV홈쇼핑 사업자가 지출한 송출수수료는 1조9375억원으로 방송 매출액 71%에 달했다. 100만원을 벌면 71만원을 수수료로 내야 하는 셈이다. 이에 홈쇼핑 업체가 케이블TV 송출을 중단하는 사례도 나왔다.
업체들은 생존을 위해 TV에서 벗어나 모바일을 강화하는 등 새로운 먹거리를 모색하고 있다. 모바일에서 다양한 상품을 소개하고 고객 맞춤별 상품을 제안함으로써 디지털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롯데홈쇼핑은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에 출연해 인기를 끌고 있는 최현석, 여경래 등 유명 셰프와 협업해 호응을 얻었다. 현대홈쇼핑은 지난달 말 정교선 회장 체제를 맞이했다. 신성장동력에 필요한 강력한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또 성수기인 동계 시즌을 맞아 패션, 뷰티 브랜드에 대한 편성을 강화할 예정이다. 신세계라이브쇼핑은 단독 패션 뷰티 브랜드 개발에 힘쓰고 있으며 KT알파도 자체 개발 라인업 확대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업황 부진이 길어지면서 실적 1, 2위를 다투는 게 의미가 없어졌지만, 모든 업체가 모바일 쪽에 집중하고 있다"며 "홈쇼핑의 고정적인 수요층은 중장년인 만큼 2030세대를 유입하는 게 업계 전반의 과제"라고 말했다.
/진광찬 기자(chan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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