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시위대 해산에 투입된 후 정신질환을 호소한 공수부대원이 1심 패소 이후 2심 법원으로부터 국가유공자 인정 판결을 받았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행정1부(민지현 부장판사)는 66세 최모 씨가 강원서부보훈지청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 등록 거부 처분 취소 행정소송에서 1심 판결과 반대로 최 씨의 손을 들어줬다.
최 씨는 지난 1980년 11공수여단 소속 군인으로서 5·18 당시 군 상부의 명령에 따라 경계·정찰 임무에 투입됐다.
최 씨는 당시 시위대가 발사한 유탄에 왼쪽 팔을 맞는 부상을 당했다. 아울러 함께 직무를 수행한 부대원이 총상을 입거나 장갑차에 깔려 숨지는 모습을 목격하는 등 참상을 목격했다.
그는 37년이 지난 2017년 강원서부보훈지청에 "시위대 해산 임무로 왼쪽 팔에 골절상을 입었고, 전우들의 부상과 사망을 지켜본 후유증(트라우마)으로 분노조절 장애를 입게 됐다"며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했으나 지청은 이듬해 1월 골절상만 인정했다. 최 씨는 이의제기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행정소송을 냈다.
춘천지법은 1심에서 군 직무수행과 최씨의 정신적 분노조절 장애 간 인과성이 없다고 보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최씨가 보훈지청에 낸 상이 발생 경위서에 '정신적 분노조절 장애 등 트라우마에 시달림'이라고 쓴 점 등에 따라 최 씨의 정신질환이 5·18 진압 임무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인정했다.
2심 판결 이후 보훈지청이 상고장을 제출하지 않으면서 판결은 지난 14일 확정됐다.
최씨는 "당시 사태로 생긴 병인지도 모르고 숨기고 살면서 힘들어하는 동지들이 명예롭게 구제되어 사회의 진정한 구성원으로서 봉사하면 살 기회를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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