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철 합천군수 "합천호텔 '먹튀 사건'...관련자 엄중 책임 물을 것"

[아이뉴스24 임승제 기자] 김윤철 경상남도 합천군수가 18일 이른바 합천호텔 '먹튀 사건' 관련해 "관련 공무원에 대해서는 재발 방지를 위해 고의 및 과실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김 군수는 이날 오전 군청 대회의실에서 '합천호텔 채무부존재 확인의 소송' 관련 입장문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해 군의회가 관련 공무원에 대해 감사원에 공익 감사를 청구해 올해 연말에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형사 분야는 별도로 수사가 진행 중이고 관련 공무원은 그에 합당한 책임이 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군수의 강경 발언은 해당 사업이 전임 군수 시절 추진된 역점사업으로 어설픈 계약과 관리 부실로 인해 300여억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혈세를 한순간에 날려 보낼 수 있는 우려에 분노한 군민들의 격한 반응 등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앞서 지난 7일 창원지방법원 거창지원 민사1부(부장 김병국)는 합천군이 메리츠증권 등을 상대로 제기한 288억 6000여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기각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민간시행사 대표 A씨는 지난 6월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 받았다.

김 군수와 간부 공무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비교적 무거운 표정으로 구체적 현안에 대해 언급했다.

김 군수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손해배상금 감액 사유가 충분하고 이 재판 관련 별도로 진행 중인 대출금 반환청구 재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항소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군은 손해배상금 감액 사유가 충분히 있다고 판단했다. 항소를 포기할 경우 합천군 책임으로 확정될 우려가 있고 대출금 반환 청구 재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도 따른 것이다.

이 재판은 메리츠증권 측에서 호텔 건립 시행사·시공사·합천군 등을 상대로 제소한 288억원 규모의 민사소송이다. 특히 지연 이자와 소송 비용까지 포함하면 310억원이 훌쩍 넘는다. 특히 하루 이자만 600여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군수는 "이번 항소 결정은 쉽지 않았다. 승소를 위해 최고의 변호인단을 선임했다"며 "1심에서 다루지 못한 법리와 주장으로 군의 손해배상액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법률대리인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채무액 변제는 대주(메리츠증권)가 제기한 서울 이행의 소(대출금 반환청구) 판결 후 변제 시기를 판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손해배상액은 청사건립기금으로 우선 충당한다. 김 군수는 "청사건립 기금의 보전을 위해 군비 자체 사업 중 재량 지출의 강력한 감축으로 세출 구조조정에 힘쓰도록 하겠다"며 "불요불급한 경상경비 등을 우선 절감하고 지방보조사업 일몰제를 적극 추진해 보조사업 평가 결과 성과 미흡 사업에 대해서는 폐지하거나 예산을 감액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손해배상액은 군민의 혈세라는 사실을 가슴 깊이 새겨 소송 대응에 만전을 기하고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 초심으로 돌아가 흔들림 없는 군정 운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 군수의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대회의실 내 맞은편에서는 패소 소식에 격분한 지역 주민 10여명이 참석해 "군수치적 쌓기, 애꿋은 군민이 봉이냐", "군의회에 거짓 보고한 공무원을 처벌하라", "시행자만 배임이냐, 너희들도 배임이다", "느그 돈이가 물리내라" 등의 비판 문구가 담긴 손피켓을 들고 항의 시위를 벌였다.

'합천호텔사업'은 전임 문준희 군수가 추진한 역점사업이다. 군은 모브호텔앤리조트와 2021년 9월 용주면 영상테마파크 내 1607㎡ 부지에 연면적 7336㎡ 200실 규모의 호텔을 건립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군은 땅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시행사는 호텔을 조성, 군에 기부채납한 뒤 20년간 운영권을 갖기로 했다. 사업비는 총 590억원 규모로 시행사는 40억원을 투자하고 나머지 550억원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통해 대출 받고 보증은 군이 섰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이 사업 민간시행사 대표가 250억원의 대출금을 들고 잠적하면서 공사가 중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