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그동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무죄를 확신하던 당이 상당히 충격을 받은 눈치다. 믿었던 사실이 부정당했으니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분출시키는 것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친명계 인사들의 충성경쟁 말이다.
최민희 의원은 지난 주말 집회 언론과의 현장 인터뷰에서 비명계를 겨냥해 "(움직이면) 제가 당원과 함께 죽일 것"이라고 극언 했다. 이 대표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이해식 의원은 주말 집회에서 비를 맞고 연설 중인 이 대표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 놓고 "신의 사제요 종이다"라고 적었다. 논란이 커지자 이 의원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글귀를 인용했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궁색하다. 이쯤되면 "민주당의 아버지는 이재명 대표"라는 한 최고위원의 발언은 개인의 입장이 아니라 당론이 아닌가 싶다.
더 큰 문제는 사법부 판단에 대한 민주당의 태도다. "검찰독재정권 정적 제거에 사법부가 부역한다"는 주장은 삼권분립상 존중되어야 할 사법권의 침해를 지나 사법부 모욕으로 밖에 안 보인다. 당은 부정하지만 오는 25일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판결을 앞두고 있는 1심 재판부에 대한 겁박이라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판단은 법관이 하는 것이지 제1야당인 민주당이 할 일이 아니다
민주당의 당심은 백번 이해 한다. 이번 판결이 확정될 경우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야당이 제대로 견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당은 당대로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자인 이 대표가 낙마한다면 그가 그동안 이끌어 온 당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주말 비오는 밤에 시민들을 모아 놓고 사법부를 원색적으로 비판하거나 입도 떼지 않은 당 내 다른 목소리를 겁박하며 입을 틀어막고, 이 대표를 국민 보기에 민망하게 추앙하는 일은 이 나라 민주주의의 본가요, 170석의 거대 야당이 할 일이 아니다. 지난 총선 민주당을 선택한 국민도 이러라고 민주적 정당성을 몰아 준 것이 아니다.
민주당은 자중하고 냉정을 찾아야 한다. 국민의 감정을 자극하는 선전선동으로 이번 사태를 돌파하기는 어렵다. 이 대표도 마찬가지다. 조직 분위기는 대표자의 성향에 따라 결정된다.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법적 시스템에 따라 다투면 그만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민주당이 민중의 정당으로서 영광을 다시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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