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근육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키는 특성을 가진 보툴리눔 톡신(이하 톡신). 주름 개선 등 미용 시술에 널리 쓰이는 이 제품 하나로 휴젤과 메디톡스, 대웅제약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해외 시장이 명암을 가른 주 요인으로 지목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휴젤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1051억원과 영업이익 534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매출액은 23.9%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54.5% 급증했다.
이번 실적 상승의 주요 요인으로는 효자 품목인 톡신 제제 '보툴렉스'의 활약이 있었다. 보툴렉스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한 647억원을 달성하며, 국내 톡신 제품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액도 419억원으로 73.1% 성장했으며, 이는 올해 7월과 9월에에 이루어진 미국행 선적 영향에 따른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보툴렉스의 지역별 매출액을 보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는 톡신·필러를 합쳐 313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동기 대비 18.6% 증가했다. 북미와 남미 지역에서는 183억원 매출을 기록하며 62.7% 성장했고, 유럽·기타 지역에서는 59.7% 증가한 157억원으로 집계됐다.
휴젤은 4분기에도 해외 시장 확대에 집중한다. 특히 미국 시장의 경우, 현지 파트너사 '베네브'와 협업해 올해 안으로 보툴렉스를 공식 출시할 계획이다. 출시 후 시장에 안정적으로 안착하고, 3년 내 점유율 약 10%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영업마케팅 활동을 전개한다.
일각에서는 보툴렉스의 미국 진출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는 미국이 전 세계에서 톡신 시장 규모가 가장 크고, 단가 또한 높게 형성됐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톡신 시장 규모는 47억4000만달러(한화 약 6조4000억원)에 달하며, 오는 2030년에는 66억8000만달러(약 9조3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휴젤은 지난달 메디톡스와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재판에서 승소하면서 미국 시장 진출이 향후 성장의 핵심 기둥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관련 소송 비용이 더 발생하지 않을 것이며, 미국 수출이 시작되면 내년부터 휴젤의 실적으로 장기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메디톡스는 휴젤에 비해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6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9% 증가했으나, 매출액은 539억원으로 8.2% 감소했다. 특히 톡신 제제 매출액은 수출 물량 생산 감소 영향으로 24% 감소한 256억원에 그쳤다. 수출액도 132억원에 불과했다. 메디톡스 측은 오창 1공장의 톡신 품질 향상을 위해 3분기부터 설비 교체를 진행했으며, 9월부터 정상 가동을 시작했기 때문에 이러한 실적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오산 1공장의 가동률 변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오송 3공장의 수출 국가별 제조소 추가를 추진하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톡신 수요가 높아지고 있기에 생산량 확대 전략을 차질 없이 진행해 매출 경신 목표와 이익 개선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웅제약의 톡신 제제 '나보타'는 휴젤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출액인 47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20.32% 증가한 수치로, 수출액 비중이 85%를 차지하며 403억원에 달했다.
대웅제약은 국내 톡신 기업 중 미국 시장에 가장 먼저 진출해 입지를 다졌다. 현재 미국에 출시된 톡신 제품으로는 나보타를 비롯해 대표적으로 글로벌 제약사 애브비가 개발한 '보톡스'와 미국 기업 레반스의 '댁시파이', 프랑스 입센의 '디스포트', 독일 멀츠의 '제오민' 등 6개 품목이 있다. 대웅제약은 2018년 캐나다에서 나보타의 품목허가를 먼저 받았고, 이듬해 2월 미국에서 허가를 획득했다. 회사 5년 이상 공들인 결과, 나보타는 현재 미국 미용 시장에서 매출 2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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