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고 국제적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선택은 '글로벌'이었다. 사상 처음으로 현대차 대표이사에 외국인을 선임했고, 그룹 싱크태크의 수장으로 미국 관료 출신을 전격적으로 영입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더이상 한국만의 기업이 아니라 글로벌 기업이란 선언처럼 보인다.
15일 단행된 현대차그룹 대표이사·사장단 인사에서 단연 눈에 띈 것은 현대차 최고경영자(CEO)로 호세 무뇨스(José Muñoz)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이 선임됐다는 사실이다. 창사 이래 첫 외국인 CEO이고, 북미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한 게 선임 배경이다.
호세 뮤뇨스 현대차 신임 대표이사는 내년 1월 1일부로 정식 임명된다.
무뇨스 사장은 도요타 유럽법인과 닛산 미국법인 등을 거쳐 지난 2019년 현대차에 합류해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GCOO)와 미주권역담당을 맡았다. 이후 딜러 경쟁력 강화와 수익성 중심 경영활동을 통해 북미지역 최대 실적을 잇달아 경신했다.
2018년 68만 대 수준이던 현대차의 미국 판매량은 지난해 87만 대까지 늘었다. 특히 수성이 좋은 스포츠유틸리티(SUV)와 하이브리드카(HEV), 전기차(EV) 판매에 집중하는 등 포트폴리오 개선이 효과를 봤다.
현대차 미국법인의 매출은 이 기간 15조2928억원에서 40조8238억원으로 급증했고, 수익성도 3301억원 순손실에서 2조7782억원 순이익으로 대폭 개선됐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2022년에는 미주 권역을 비롯한 유럽, 인도, 아중동 등 해외 권역의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는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았고, 더불어 현대차 사내이사로 역할을 확장했다.
현대차의 사상 최대 실적 달성에 공헌함으로써 글로벌 자동차 업계 내에서 검증된 경영자로서 입지를 공고히 했다는 평가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성과와 능력을 우선하며, 최근 글로벌 최고 인재 등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이 최초 외국인 CEO 임명이라는 '파격 인사'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무뇨스 사장의 CEO 취임으로 현대차가 북미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 판매 확대에 더욱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중국, 인도, 유럽 등 10개국에 생산 거점을 확보했다. 현대차만 놓고 보더라도 세계 64개 도시에 판매 네트워크와 연구소를 두고 있다. 이 외에도 루크 동커볼케 사장, 마틴 자일링어 부사장, 만프레드 하러 부사장, 마크 프레이뷸러 전무, 사이먼 로스비 전무 등 외국인 인재들이 임원급 연구원과 디자이너로 연구개발(R&D) 및 디자인 조직에서 일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성과·능력주의, 글로벌 최고 인재 등용이라는 인사 기조에 최적화된 인재라는 판단하에 무뇨스 사장이 창사 이래 최초 외국인 CEO로 내정됐다"며 "향후 글로벌 경영관리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글로벌 브랜드로서 현대차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2.0' 시대가 열린 가운데 성 김(Sung Kim) 현대차 고문역을 사장으로 영입하며 그룹 싱크탱크 수장에 임명한 것도 눈에 띈다.
성 김 사장은 동아시아·한반도를 비롯한 국제 정세에 정통한 미국 외교 관료 출신의 최고 전문가다. 부시 행정부부터 오바마·트럼프·바이든 정부에 이르기까지 여러 핵심 요직을 맡아 왔다. 미국 국무부 은퇴 후 올해 1월부터 현대차 고문역으로 합류해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통상·정책 대응 전략, 대외 네트워킹 등을 지원해 왔다.
이번 영입은 그룹 싱크탱크 역량 제고와 각종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성 김 사장은 글로벌 대외협력, 국내외 정책 동향 분석 및 연구, 홍보·PR 등을 총괄하면서 그룹 인텔리전스 기능 간 시너지 제고와 글로벌 프로토콜 고도화에 기반한 대외 네트워킹 역량 강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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