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석범 기자] "금융감독원이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산출 모형 중 예외 모형을 선택한 보험사의 대주주와 면담한다는데, 무리수를 두는 느낌입니다."
최근 보험업계 관계자와 해지율 모형을 이야기하던 중 나온 말이다. 금감원의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해)식 선택 요구에 고민이 많다고 했다.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산출 모형은 지난 4일 공개됐다. 원칙 모형은 로그-선형 모형으로, 예외 모형은 선형-로그 모형과 로그-로그 모형으로 정했다. 세 모형 모두 완납 시점의 해지율은 0%~0.1%에 수렴한다. 그러나 기울기가 다르다.
금감원이 초강수를 꺼낸 건 예외 모형을 검토하는 보험사가 많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뒤다. 금감원은 전체 보험사에 '해지율 모형 선택 관련 시장 전달 메시지'라는 제목의 문서를 발송하고 예외 모형을 선택한 보험사의 대주주와 직접 대화하겠다고 했다.
지난 11일엔 보험사 임원과 만난 자리에선 예외 모형을 선택한 보험사를 우선 검사 대상에 올리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예외 모형을 적용한 회사 중 원칙 모형과 보험 계약마진(CSM) 차이가 큰 보험사를 검사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러나 구체적인 기준은 공개하지 않았다.
금감원이 원칙 모형을 고집하는 이유는 어느 정도 이해한다. 보험사별로 모형을 다르게 적용하면 재무제표의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안다. 예외 모형을 쓴 보험사가 싼 보험료로 시장 경쟁력을 높일 수도 있다.
대주주 면담은 사장이나 임원 면담과는 다르다. 금감원은 그동안 자본 확충과 같은 중요한 사안에 국한해 대주주 면담을 진행한다고 했다. 모형 선택을 이유로 금감원이 대주주와 면담을 한 전례는 없다. 해지율 모형 선택이 대주주와 면담할 정도로 중요한 사안인지 되묻고 싶다.
원칙 모형을 선택하게 하려는 수단으로 검사권을 사용하는 것도 통상적이지 않다. 하물며 예외 모형은 금감원도 보험사가 선택할 수 있도록 인정한 모형이다. 특정 모형을 선택하게 하려고 검사권을 사용한 해외 사례가 있는지도 궁금하다.
이런 접근법은 곤란하다. IFRS17 정착 전까지 가정 변경과 같은 이슈가 계속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검사권으로 압박하고 대주주 면담을 들먹일 것인가. 지나친 개입은 득보다 실이 많다.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이 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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