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 산업 경제
정치 사회 문화·생활
전국 글로벌 연예·스포츠
오피니언 포토·영상 기획&시리즈
스페셜&이벤트 포럼 리포트 아이뉴스TV

[데스크칼럼]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본문 글자 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아이뉴스24 소민호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를 향한 시선이 싸하다. 과연 '공정'이라는 가치를 지향하는 정부부처로 제대로 평가받고 있느냐는 거다.

공정과 상식이라는 모토를 내건 정권의 공정위가 이런 구설에 오른다는 것만으로도 불명예스러울 수 있다. 설마 공정거래를 촉진해 경제발전을 추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하는 부처가 그럴 리 있을까 싶다. 그럼에도 여러 얘기들을 듣다보면 다소 수긍이 되는 측면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올 하반기 들어서면서 공정위는 보도자료를 냈다. '상반기 소송 동향'이라는 제목이다. 올 들어 상반기 중 법원 판결을 받은 사건들을 종합해보니 43건 중 39건으로 90.7%의 승소율을 기록했다는 것이었다. 전부승소율 또한 83.7%로 높았다. 공정위의 공정한 조치가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그런데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실이 시계열을 넓혀 2017년부터 올 9월까지 과징금을 부과했던 사안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전혀 다른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과징금 부과가 부당하다며 불복한 사례가 많았는데, 행정소송 패소 등으로 기업에 돌려준 과징금이 5838억원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던 것이다. 올 들어서만 9월까지 936억원의 과징금을 기업에 돌려줬다고 한다. 순환급액이 2019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많을 것이란 추산도 나왔다. 과징금을 돌려주면서 얹어준 기간이자만 450억원에 달한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위반 사항이 있을 경우 과징금 부과와 시정명령, 검찰 고발 등의 제재를 내린다. 법원의 1심 판결과 동등한 효력을 가진다. 이때부터, 또는 공식 제재 이전 미디어를 통해 혐의와 제재방침이 흘러나오는 때부터 해당 기업은 범죄 피의자 격이 된다. 기업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불공정 거래에 대한 추상 같은 견제가 독과점 폐해를 예방하고 국민 권익을 지키기 위해 필수불가결하지만, 천문학적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시정명령을 내리면서 엄정하고 객관적 판단을 해야 할 의무 역시 존재한다. 기업활동이 광범위한 영역에서 이뤄지고 있고,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에 따라 판단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 존재하기에 더더욱 그렇다.

플랫폼 사회로 진입한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오프라인 영역보다 온라인 커머스 시장은 날로 확대되고 있다. 플랫폼 기업들의 영업활동은 모바일 등 온라인 상에서 광범위하게 전개되고 있는데, 어느 지점부터 어느 영역까지 공정이라는 가치 판단 기준을 갖고 '메스'를 들이대는 것이 마땅한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적지 않다.

서울시내 한 주택가에서 음식배달 종사자가 배달을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시내 한 주택가에서 음식배달 종사자가 배달을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를테면 일상에서 접하는 배달앱의 '무료배달'이라는 용어가 과연 적합한 것이냐를 두고도 갑론을박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무료이니만큼 무료배달이 적절하다는 주장이 있고, 누군가 비용을 부담하는 서비스인만큼 무료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시각이 있다.

공정위는 배달플랫폼이라는 업태가 소상공인과 소비자를 이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데다, 음식업 등 소상공인의 경영난이 심각하다는 점에서 상생협의체를 구성해 업종간 갈등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방문 소비가 아닌 배달 소비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마당이어서다. 인구의 도시집중화로 인해 실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게 된 배달플랫폼과 자영업자의 생존과 발전, 최종 소비자의 편의 제고라는 키워드를 고루 만족시킬 해법을 마련하기 바란다. 그래야만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보게 됐다며 억울해 하지 않고, 공정위 또한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쓰지 않을 것이다.

/소민호 기자(smh@inews24.com)




주요뉴스


공유하기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 해주세요.
alert

댓글 쓰기 제목 [데스크칼럼]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댓글 바로가기


뉴스톡톡 인기 댓글을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