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트럼프 트레이드에 달러 가치가 뛰면서 은행의 외화대출도 경고등이 켜졌다. 올해 들어 차입금을 제외하고도 외화대출을 1조원 이상 늘려왔는데 환율 상승으로 환차손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에서 은행간외화대여금, 외화차관자금대출금, 내국수입유산스, 역외외화대출금 포함 제외한 외화대출 잔액은 9월 말 86억9200만 달러로 지난해 말 대비 8억4500만 달러 증가했다.
이날 오전 9시 은행 고시 환율로 환산하면 약 12조1740억1520만원으로 9개월 만에 1조1832억5350만원 늘었다.
문제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환율이다. 간밤 뉴욕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도 원·달러 1개월물은 1401원에 마감했다. 환율 종가가 1400원 선 위에서 마감한 것은 지난 2022년 11월 7일(1401.2원) 이후 2년 만에 처음이다. 11일(현지시간) 오후 6시 26분 기준 달러인덱스도 105.49로 5개월 만에 고점을 경신했다.
달러 가치가 오르면서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도 원·달러 환율은 오전 9시 1분경 1400원을 넘어서 거래되고 있다.
수출 기업을 중심으로 외화대출을 취급해 온 은행들도 환율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업금융을 담당하는 한 은행 관계자는 "수출 경기도 좋지 않아 환율이 오르면 환차손을 감당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면서 "최근 기업대출을 보수적으로 취급하는 데는 환율에 따른 외화대출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외화대출은 금융당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외국환은행이 특정 목적에 한해 융자를 외화로 해주는 제도다. 주요 대상은 대부분 기업이다. 올해 외화대출이 늘어난 데도 기업들의 자금 유치 노력이 컸다. 대부분 운전자금 등의 실수요인 만큼 환차손이 발생하면 부담이 커진다.
게다가 외화대출은 은행 회계상 원화로 환산돼 위험가중자산(RWA)으로 분류된다. RWA는 은행의 자본력을 악화시키는 핵심 요소다. 환율 상승으로 RWA가 늘면 은행의 자본비율이 하락하며 은행 지주회사의 기업가치 제고(밸류업)도 연쇄적 타격을 받는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추가 환율 상승에 대비해 외화대출을 보수적으로 취급하고,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