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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대 칼럼] 거국중립내각, 그리고 임기 단축 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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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말의 기대는 여지없이 깨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을 열었다. 몇 주째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국정농단, 공천개입 등의 의혹에 대해 부인으로 일관했다. 특히 김건희 특검에 대해 '침소봉대', '악마화' 운운하며 궤변을 늘어놓으면서 아내를 보호하기에 급급했다. 민심도 냉담하다. "그럴 줄 알았다", "이럴 거면 왜 했냐"며 여론은 싸늘했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원로정치인은 “윤 대통령이 김 여사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한 것 같아 비극"이라고 혀를 차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각종 의혹, 무능, 무책임에 대해 조금씩 분노가 쌓인 국민들의 마음에 이번 기자회견이 염장을 지른 셈이다. 신중한 태도를 보이던 국민들의 마음이 완전히 돌아섰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의 지적이 인상적이다. "대통령의 메시지를 신뢰하려면 그 메시지를 내보내는 사람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하는데 (윤 대통령은 신뢰기반이 없기 때문에) 대통령이 무슨 얘기를 해도 국민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미 '심정적 탄핵'을 당했다.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국민들이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해 딜레마에 빠져있다. 일종의 계륵(鷄肋)이라고나 할까. ’그냥 윤 대통령을 버리자니 나라가 혼란에 빠질 것 같고, 임기를 보장하자니 나라와 국민의 삶이 더욱 엉망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기자회견을 보며 국민들은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는 마음을 갖게 됐을 것이다. 수도권의 50대 전문직 여성은 “윤 대통령이 적절한 시점에 혼란없이 물러나는 것이 지금으론 최선의 길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야당이 주도하는 대통령 탄핵, 원포인트 개헌을 통한 국민투표 파면 등이 큰 공감과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당 대표의 사법리스크 등을 거론하며 정략적 탄핵이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에 대다수 국민들이 주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윤 대통령이 가능한 한 빨리 내각과 대통령실 비서진을 모두 사퇴시키고 거국적인 중립 내각을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거국 중립 내각을 구성한 후 임기를 1년 단축하는 개헌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이는 질서 있는 퇴진과 함께 정치적 갈등을 완화하고 국가 리더십을 회복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거국 중립 내각 구성이 가져올 이점은 세 가지다. 첫째, 급격한 정치적 분열과 불안정을 완화할 수 있다. 둘째, 국민의 신뢰 회복이 가능하다. 윤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적대적 공생 관계로 인해 국정이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정치적 이해를 넘어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중립 내각 구성을 통해 국가 리더십에 대한 신뢰를 다시 세울 필요가 있다. 셋째, 거국 중립 내각과 임기 단축 개헌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정치 개혁과 국가적 과제 해결을 도모할 수 있다.

이러한 대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벼랑 끝에 몰린 윤 대통령이 먼저 결심하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3자간 합의가 필수적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만큼 쉽지 않은 과제이지만, 국민과 시민사회의 압박이 강해진다면 질서 있는 퇴진의 길이 열릴 가능성은 존재한다.

반대로, 윤 대통령이 끝내 이를 거부하고 독선적인 길을 고집한다면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이고, 국민의 분노는 폭발할 것이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불명예 퇴진 압박과 국가적 혼란 속에서 윤 대통령이 스스로 결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이 대표와 한 대표도 정략적 계산을 버리고 초당적 협력을 통해 난국을 헤쳐 나가는 대승적 모습을 보여야 한다.

만에 하나 국민의 여망을 저버리고 윤 대통령과 양당 지도자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집착하여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다면, 국가적 불행의 길로 가게 될 것이다.국민이 직접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다.

무너지고 있는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기 위한 정치 지도자들의 처절한 반성과 책임 있는 모습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양기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양기대 전 의원]
양기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양기대 전 의원]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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