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6일(현지시간) 확정되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트럼프 정부의 정책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해 온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에 대해 여러 번 부정적 입장을 보여, 이 법을 폐기하거나 한국 기업에 불리한 방향으로 수정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반도체법과 관련한 거래는 너무 나쁘다. 보조금이 부자 기업에 돌아가고 있다"며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기업들을 비판한 바 있다.
트럼프는 특히 바이든 정부가 내세웠던 '당근 정책'인 반도체 지원법 대신 '채찍 정책'인 관세 강화를 예고했다.
반도체 지원법은 기업이 미국 현지에 공장과 연구개발(R&D) 시설을 지으면, 생산 보조금 390억 달러와 R&D 지원금 132억 달러 등 총 527억 달러(약 61조원)를 향후 5년 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트럼프는 이를 비판하며 "반도체에 높은 관세를 매기면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에 제 발로 찾아와 공장을 짓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국내 산업계에선 트럼프가 당선되더라도 대선과 함께 치러진 상·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을 지키면 법안 수정 또는 폐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해왔다.
하지만 미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 다수당을 탈환하며, 법안의 전면 수정 또는 폐기 가능성까지 열려있는 상황이다.
미국에 수십 조원대 투자를 단행한 삼성전자는 64억 달러(약 7조원), SK하이닉스는 최대 4억5000만 달러의 보조금과 세금 혜택을 받을 예정이었지만 불확실성이 커진 셈이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도 "트럼프 당선인이 반도체 지원법에 비판적 입장을 보여 반도체 지원법이 일부 수정되거나 보조금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 반도체 산업의 대외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가 지금보다 강경한 중국 견제책을 실행에 옮기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일부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인공지능(AI) 반도체에 대한 미국의 중국 견제가 강화되면, 우리 기업들이 중국의 추격을 따돌릴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미국이 대(對)중국 반도체 규제 범위를 전·후방 산업으로 더욱 확대하면 중국에 생산시설을 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현지 공장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미중 갈등 확산 등 대외 불확실성에 대응해 유연한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동시에 첨단 반도체 분야 경쟁력을 키워 대중 규제에 따른 반사이익 기회를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트럼프는 초박빙 승부 예측을 깨고 경합주 표를 싹쓸이하며 압승을 거뒀다. 선벨트(Sun belt) 지역인 조지아(16명), 노스캐롤라이나(16명)에서 일찌감치 승리했고 최대 격전지인 필라델피아 표까지 얻으며 선거인단 매직넘버인 270을 넘어섰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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