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단재 신채호의 말을 빌려, 지난달 10일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감히 '한국 문화상 일천년래(一千年來) 제일대사건'으로 부르고자 한다. 한강과 작품이 위대해서라고 말하려는 건 아니다. 한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K-컬처'의 새로운 변곡점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K-컬처는 음악·영화·드라마 등 개별 콘텐츠의 인기에 한정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한국문학'의 흥행은 다르다. 한국인 작가의 시각을 한글로 표현한 우리 문학은 단순한 콘텐츠를 넘어 한국인의 사고방식과 세계관을 담은 '정수(精髓)'이기 때문이다. K팝, K드라마, K영화를 넘어 K문학이 인정받았다는 것은 세계가 콘텐츠를 넘어 한국인의 '사고관' 그 자체를 인정했다는 방증이다.
최근 미국 빌보드, 영국 오피셜 차트에 오른 블랙핑크 멤버 로제의 듀엣곡 '아파트(APT.)'의 성공도 눈길을 끈다. 술자리 놀이인 '아파트 게임'에서 착안한 이 노래는 비록 팝스타 브루노 마스의 목소리가 담겼으나 '아파트 아파트'라는 돌림구가 주가 되는 등 한국적 감성이 강하게 녹아 있다. 전통 리듬을 녹였던 방탄소년단(BTS)의 '아리랑', 아파트보다 앞서 현대 한국인 감성을 담은 싸이의 '강남스타일'도 있었다. 그러나 로제의 아파트는 'MZ한국인'의 감성에 집중해 더 높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주목할만한 것은 로제의 '아파트'를 즐기는 MZ세대가 부모님 세대의 노래인 윤수일의 '아파트(1982)'에도 함께 열광했다는 점이다. 윤수일의 '구축' 아파트, 로제의 '신축' 아파트를 합성한 영상이 화제가 되자 윤수일은 MZ세대가 선물한 뜻밖의 '역주행'에 감사를 표했다.
현재와 과거의 K-컬처를 잇고자 하는 열망은 최근 화제가 된 tvN 드라마 '정년이'의 인기로 이어지고 있다. 1950~60년대 여성국극을 소재로 한 드라마에서 MZ세대는 70년 전 있었던 '젠더 프리(성으로부터의 자유)', '양성평등' 서사에 열광하고 있다. 유튜브 등에서 당대 여성국극과 소리꾼들의 이야기를 찾아다니며 자발적으로 전통문화를 재발굴하고 있다.
최근 엔터사(社)들의 실적부진과 민희진-하이브 갈등 등 부정적 이슈로 K-컬처가 침체기에 접어들었다는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대중들과 문화예술계는 K-컬처를 질적으로 확장시키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K-컬처는 앞으로도 진화하고 나아갈 것이다. 그런데 우리 'K-정치'는 언제쯤 나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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