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적자에 허덕이던 한국피자헛이 결국 회생절차를 밟게 됐다. 실적 악화 때문은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지만 가뜩이나 프랜차이즈 피자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왕년의 강자'가 흔들리자 긴장감이 업계 전체로 퍼지는 분위기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국피자헛은 전날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회생법원 회생12부(오병희 부장판사)는 이날 보전처분과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렸다. 보전처분은 신청 회사가 자산을 처분해 특정 채권자에게만 변제하지 못하게 하는 조처다. 아울러 자율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도 함께 신청했다.
앞서 지난 9월 서울고등법원은 한국피자헛 가맹점주 94명이 본사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 2심에서 "한국피자헛이 2016~2022년 가맹점주에게 받은 차액 가맹금 210억원을 반환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한국피자헛은 이 같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지난 9월 23일 상고장을 제출했다.
한국피자헛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일부 소송 참여 점주들이 가집행 절차에 들어가면서 종업원 급여 지급, 협력업체 납품 대금 지급, 주요 원재료 공급 등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피자헛 비지니스의 근본적인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없으며 2심 판결 이후 일부 원고측의 강제집행으로 인해 계좌가 동결돼 발생한 일시적인 어려움이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설명에도 업계는 회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불황에 빠진 피자 시장에 더 찬 바람이 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이른바 '티메프 사태' 때에도 초기에 단순 정산시스템 이상이라는 말로 치장하다 결국 생산자와 소비자 고객의 돈을 떼이는 단계를 밟은 경험을 한 이들이 적지 않아, 회사측의 소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피자헛은 1985년 문을 연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피자 프랜차이즈다. 2009년까지 24년간 부동의 업계 1위를 유지했던 화려한 이력도 자랑한다. 하지만 2022년부터 2년 연속 적자를 내며 경영난에 빠졌다.
한국피자헛의 영업손실은 지난 2022년 2억5612만원에서 지난해 45억2240만원으로 1년 만에 20배 넘게 증가했고, 가맹점 개수도 지난해 말 기준 297개로 2년 만에 40개 넘게 줄었다.
경쟁 업체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주요 피자 프랜차이즈인 미스터피자와 피자알볼로도 적자를 기록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피자 브랜드들의 폐점 가맹점 수는 2020년 기준 580여개에서 2022년에는 2배가량 늘어 1000곳을 넘겼다.
비싼 가격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다. 배달음식의 주 소비층이라 할 수 있는 1인 가구가 한 판에 2만~3만원이 넘는 피자를 외면하면서 시장이 위축됐다.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냉동피자의 출시도 영향을 끼쳤다. 과거만 하더라도 좋지 않은 식감과 부족한 토핑으로 냉동피자가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코로나19로 외식 소비가 줄어든 틈에 주요 업체들이 문제점을 보완한 제품을 연달아 출시하면서 입지를 강화했다. 그 결과 2019년 900억원 수준이던 냉동 피자 시장 규모는 지난해 1685억원으로 4년 새 90% 가까이 급성장했다.
대형마트에서도 크고 저렴한 '가성비' 피자를 제조·판매하면서 프랜차이즈 업계의 위치는 더욱 흔들리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피자 프랜차이즈 업계도 위기를 인지하고 1만원 미만의 런치 세트 개발, 가성비 제품을 출시하고 있지만 배달앱을 통한 최소 주문 가격과 배달비 등으로 주문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이번을 계기로 모두 위기감을 느끼고 제대로 된 생존 전략 수립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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