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국내 배터리 3사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과 경영 환경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강화를 통한 중장기 성장 모멘텀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4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미시간 공장 등 북미 전기차 배터리 공장의 유휴 라인을 일부 ESS용으로 전환하고 있다. 북미에서 전력망 산업이 크게 성장하는 가운데, 대규모 물량이 필요한 고객과 다각도로 공급을 논의하며 생산능력(CAPA)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내년부터는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셀도 양산한다. 현재 ESS용 LFP 배터리는 중국 난징공장에서 생산하는데, 생산 거점을 미국으로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안정적인 ESS 매출을 창출할 수 있도록 중장기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공급 계약을 늘려가고 있다"며 "중국에서 양산하는 LFP ESS 셀의 에너지 밀도를 20% 이상 개선해 내년에 미국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ESS 통합 시스템 솔루션에 고도화된 에너지관리 소프트웨어(SW)를 탑재해 차별화하고, 현지화 대응을 통해 북미 ESS 시장 내에서 입지를 공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유럽에서도 기존 전기차(EV) 배터리 생산 설비를 ESS 라인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삼성SDI도 ESS 사업 확대에 나섰다. 삼성SDI는 현재 삼원계인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ESS용 배터리를 생산 중이다. 여기에 LFP ESS 배터리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삼성SDI는 지난 9월부터 울산 사업장에 ESS용 LFP 배터리 생산라인을 구축 중으로, 2026년부터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LFP ESS 배터리의 해외 생산 거점은 울산 사업장의 '마더 라인' 검증과 초기 양산을 마친 이후,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손 미카엘 삼성SDI 중대형전지 전략마케팅실장 부사장은 "ESS 고객 수요는 과거에 수주부터 양산까지 기간이 짧은 단기 프로젝트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단일 프로젝트 규모가 커지고, 기간도 장기화하고 있다"며 "미국 3대 메이저 전력 회사와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공급 물량을 확보하는 등 안정적인 수주로 ESS 실적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SK온도 ESS용 배터리 개발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시장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SK온은 올해 초 '인터배터리 2024'에서 ESS용 배터리를 선보인 바 있다.
SK온 관계자는 "미국 대선 이후 미국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 가능성에 대비하고 전기차 수요 변동에 대한 손익 변동성을 줄이고자 ESS 등 전기차 외 배터리 애플리케이션 수요를 위한 제품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배터리업체들이 ESS 사업 강화에 나서는 것은 시장의 높은 성장성을 기반으로 중장기적으로 전기차 외 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실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삼성SDI는 올해 3분기 ESS용 배터리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이상 증가했고, 4분기 매출은 더 큰 폭으로 증가하며 수익성도 개선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도 ESS 출하량이 큰 폭으로 늘면서 ESS 매출이 2배 이상 성장했다.
ESS 시장은 최근 인공지능(AI) 산업과 데이터센터 확대로 전력 시설 확충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6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지난 2022년의 2배 이상인 1000테라와트시(TWh)로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미국 내 ESS 수요 증가가 장기 트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손 미카엘 삼성SDI 부사장은 "미국 내 ESS 수요 올해 41기가아트시(GWh)에서 2030년 약 90GWh로 성장할 전망으로, 이는 지난해 전망치보다 크게 성장한 규모"라며 "미국 시장 중심의 AI 산업 성장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 친환경 발전 확대에 따라 ESS 수요가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ESS 시장은 전력망 사업 확대를 중심으로 올해부터 2028년까지 연평균 20% 이상 빠른 성장이 예상된다"며 "지역별 보조금 규제 등 신재생 에너지 관련 공급망 현지화 움직임과 함께 북미 지역 내 중장기 프로젝트 중심의 고객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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