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HBM4, 앞당겨 달라"…최태원 "해보겠다"

[아이뉴스24 권용삼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 2024'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책임자(CEO)가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의 공급을 6개월 앞당겨 줄 수 있느냐고 요청한 바 있다"고 공개했다.

최 회장은 최근 젠슨 황 CEO와 만나던 일화를 공개하며 "젠슨 황 CEO는 뼛속까지 엔지니어인데, 마치 한국인 같다"며 "빨리빨리 일정을 앞당기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엔비디아는 새로운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나올 때마다 SK하이닉스에 더 많은 HBM을 요구하고, 합의된 일정도 항상 앞당겨 달라고 요청한다"며 "지난번 젠슨 황과 만났을 때 HBM4 공급을 6개월 당겨달라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최 회장은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에게 '가능 하겠냐?"고 물었더니 최대한 해보겠다고 하더라"며 "이에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글로벌 AI 칩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엔비디아에 HBM 5세대 제품인 'HBM3E 8단'을 업계 최초로 납품하기 시작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HBM3E 12단' 제품을 세계 최초로 양산해 오는 4분기 출하할 계획이다.

6세대 제품인 'HBM4 12단'을 내년 하반기 양산하고, 오는 2026년 수요 발생 시점에 맞춰 16단 제품 출시도 준비한다는 목표다.

이날 행사에는 최태원 회장뿐 아니라 SK하이닉스와 AI 반도체 동맹 관계를 맺고 있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웨이저자 TSMC CEO도 영상을 통해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황 CEO는 데이비드 패터슨 UC버클리대 교수와의 대담을 통해 SK와의 파트너십을 비롯해 HBM의 중요성에 관해 설명했다.

황 CEO는 "SK하이닉스와의 협력을 통해 적은 메모리를 통해 정확하고 구조화된 연산을 해 무어의 법칙을 넘어선 진보를 이룰 수 있었다"며 "높은 에너지 효율성을 달성하고, 컴퓨팅 처리 능력은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이는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HBM의 발전 속도에 대해서는 "현재 HBM 메모리 기술 개발과 제품 출시 속도는 매우 훌륭하지만, 여전히 AI는 더 높은 성능의 메모리가 필요하다"며 "아직까지도 우리는 SK하이닉스의 HBM이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초기 AI는 텍스트 생성에 집중돼 많은 메모리가 필요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AI 모델의 데이터 세트와 이를 위한 메모리 크기가 상당히 커져야 한다"며 "SK하이닉스의 공격적인 제품 출시 계획이 빠르게 실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트너십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황 CEO는 "플랫폼 회사로서 엔비디아는 생태계의 도움이 필요하고, 그렇지 않으면 단순한 컴퓨터 회사에 불과하다"며 "많은 측면에서 공동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 웨이저자 CEO도 영상을 통해 "SK하이닉스의 HBM이 오늘날의 데이터 집약적인 환경에서 AI 가속화의 중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바로 이런 파트너십 정신이 저를 가장 설레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생태계 전반에 걸친 더 긴밀하고 깊은 협력만이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낼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가 함께 노력한다면, AI 혁신을 더욱 가속화하고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SK하이닉스와의 협력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TSMC는 SK하이닉스의 HBM을 탑재한 엔비디아의 AI 가속기를 독점 생산하고 있다. 6세대 제품인 'HBM4'부터는 HBM4의 두뇌 역할을 담당하는 '로직 다이'도 TSMC의 파운드리 공정을 통해 제조될 예정이다.

최태원 회장은 과거 모리스 창 TSMC 창업자와의 일화도 소개했다.

최 회장은 "모리스 창 창업자를 20년간 알고 지냈는데, SK하이닉스를 인수한 직후 (몇몇 사항에 대해) 문의를 드렸더니 (창 창업자가) '동업자가 된 걸 환영한다'며 '앞으로 우리가 파트너로 잘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계속해서 저한테 관심과 의지를 표명을 해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도 TSMC와 어느 정도의 끈끈한 관계를 잘 맺고 있는 것 같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