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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 현장 찾은 국왕, "꺼져라" 비난과 진흙 세례…늦장 대응에 민심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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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설래온 기자] 스페인에서 지난달 29일 쏟아진 폭우로 최소 217명이 사망한 가운데, 스페인 국왕과 총리 등이 수해 현장을 찾았다가 욕설을 듣고 진흙을 맞으며 곤욕을 치뤘다.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우산 속 남성)이 3일(현지시간) 발렌시아 도시 파이포르타 수해 현장을 방문해 사람들이 던진 진흙에 맞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우산 속 남성)이 3일(현지시간) 발렌시아 도시 파이포르타 수해 현장을 방문해 사람들이 던진 진흙에 맞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스페인 최대 일간지 엘 파이스와 방송국 RTVE는 3일(현지시간) 펠리페 6세 국왕과 페드로 산체스 총리, 카를로스 마손 발렌시아 주지사가 이번 수해로 최소 62명이 사망한 발렌시아 주의 파이포르타를 방문했다고 전했다. 파이포르타는 이번 폭우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 중 하나이다.

그러나 이들을 반기는 사람은 없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주민들은 이들을 향해 "살인자" "사퇴해라" "꺼져라" 등 비난을 쏟아냈으며, 진흙과 오물, 계란, 돌을 던지면서 불만을 표출했다.

경호원과 수행원들이 우산으로 보호하려 했지만, 펠리페 6세와 레티시아 왕비의 얼굴과 옷 등에는 진흙이 묻었고, 산체스 총리의 차량 창문이 파손되기도 했다.

경호원 두 명은 날아오는 돌 등에 맞아 다쳐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 발렌시아의 주민들이 3일(현지시간) 현장을 방문한 필리페6세 국왕에게 분노를 드러내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스페인 발렌시아의 주민들이 3일(현지시간) 현장을 방문한 필리페6세 국왕에게 분노를 드러내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국왕 부부는 시민들의 분노와 적대감이 커지자 현장에서 철수했다. 산체스 총리와 마손 주지사 역시 신속히 대피했다. 당초 예정됐던 또 다른 홍수 피해 지역인 치바의 방문 계획 또한 연기됐다.

그러나 시민들의 성난 목소리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파이포르타의 한 주민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수해로)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고 울분을 토로했고, 또 다른 청년은 "이미 알던 문제인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16세 소년 파우는 BBC에 눈물을 흘리며 "우리는 돕고 있지만, 지도자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여전히 죽어가고 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 여성도 "그들은 우리를 죽게 놔두었다. 우리는 모든 것을 잃었다"며 "우리 사업, 집, 꿈이 다 사라졌다"고 지도자들에 대한 원망을 드러냈다.

아울러 한 시민은 "정치인들은 모두 사기꾼이다. 왜 여기 와서 진흙이나 치우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그들은 주머니만 채우고 우리에게 고통만 주고 있다"고 CNN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X(옛 트위터)에서는 "정부가 경보를 너무 늦게 알리는 바람에 많은 생명을 잃었다"는 스페인 국민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주민들이 이처럼 국왕과 정부에 강한 분노를 표출하는 이유는 이번 수해 피해가 당국의 늑장 대응으로 더 커졌다고 믿기 때문이다.

현재 X에서는 스페인 폭우에 대해 정부의 미비한 대비책이 문제라고 지적하는 누리꾼들이 많다. 해당 누리꾼은 경보가 떴으면 정부가 최소한 24시간 전에는 알렸어야 하는데 너무 늦게 알려 많은 생명을 앗아갔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X 캡처]
현재 X에서는 스페인 폭우에 대해 정부의 미비한 대비책이 문제라고 지적하는 누리꾼들이 많다. 해당 누리꾼은 경보가 떴으면 정부가 최소한 24시간 전에는 알렸어야 하는데 너무 늦게 알려 많은 생명을 앗아갔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X 캡처]

실제로 마손 주지사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던 당일 위기 상황이 누그러지고 있다는 발언을 자신의 X 계정에 언급하며 성난 민심에 불을 지폈다.

한편 국왕은 왕실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시위를 한 사람들의 분노와 좌절을 이해한다고 밝혔으며, 산체스 총리는 "느린 대응으로 인한 주민들의 분노와 좌절을 이해하며 당국의 대응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설래온 기자(leonsig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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