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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부당대출 알고도 관계사 대표 선임 '쉬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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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슨한 조직 문화 속 손태승 왕국이 인사 좌지우지"

[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우리은행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부당대출을 안 뒤에도 관련자를 관계회사 대표이사로 선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부당대출에 대한 자체 감사 후 관련 대출을 결재했던 전 부행장 A씨를 W서비스네트워크 대표이사로 이동시켰다.

지난달 31일 서울남부지법 한정석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우리은행 전 부행장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당시 여신그룹장이던 A씨가 전 본부장 B씨와 모의해 부당대출에 관여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 과정에서 현 본부장 C씨도 개입했으나, 구속은 면했다. 부당대출에 얽힌 전·현직 임원만 3명이다.

우리금융지주 전경. [사진=우리금융그룹]
우리금융지주 전경. [사진=우리금융그룹]

문제는 A씨의 W서비스네트워크 취임 시점이다. A씨는 지난 4월 취임했는데, 이때는 우리은행이 전 본부장 B씨를 통해 부당대출을 확인하고 난 뒤였다. W서비스네트워크는 우리은행이 4.94%, 원피앤에스가 47.48%의 지분을 갖고 있다. 우리은행의 입김이 어떤 식으로든 작용할 수밖에 없는 관계회사다. 실제 역대 대표도 우리은행 출신이었다.

우리은행은 지난 1월 전 본부장 B씨의 대출 취급을 확인하면서 부당대출을 인지했다. 3월까지 1차 검사를 벌이고, 5월부터 2차 검사를 진행했는데, 그 사이 A씨는 관계회사에 취임한 것이다. 우리은행 측은 "그때는 전 부행장 A씨가 관여됐다는 사실을 몰랐을 때"라며 "임원들을 예우해 관계회사 대표로 가는 사례도 일반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은행 조직에 이해가 있는 사람들도 고개를 갸웃거린다. 우리은행에서 몸담았던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 조직에는 결재 체계가 있는데 본부장과 부행장, 행장까지 결재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면서 "해당 결재 관여자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 시점에서 이뤄진 인사는 문제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당대출을 결재했던 관리자가 A씨였단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합리적인 의심이 드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다른 관계자도 "전 본부장 B씨가 손 전 회장 처남 사이에 부당대출을 주도했다면, 관리자였던 부행장 A씨가 행장 또는 손 전 회장과 연결고리 역할을 했을 것"이라며 "전 본부장 주도로만 이뤄지기엔 어려운 사건"이라고 말했다.

손 전 회장의 부당대출에 전·현직 임원들이 관여된 건 인사 청탁 때문이었다는 후문도 나오고 있다. 실제 검찰 조사 결과에서 손 전 회장 처남은 전 본부장 B씨에 인사 청탁을 조건으로 2억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은행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손 전 회장은 행내에서 두각을 드러낸 이후 한일은행 출신을 중심으로 조직 내 세력을 만들었는데, 우선순위는 배경과 출신이었다"면서 "여기서 밀려나면 승진은 어렵다는 인식이 많았고, 결국 승진을 위해선 부당대출을 통해서라도 줄을 서야 한다는 인식이 생겨난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지점장이던 B씨는 부당대출을 취급한 이후 본부장으로 승진했다.

우리은행 출신의 또 다른 관계자도 "계파 문화와 우리끼리 나눠 먹기식으로 인사가 공정하지 않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소위 잘나가는 라인에 줄을 서야 한다는 식의 문화가 생긴 비극"이라면서 "조직 혁신을 하려면 계파 문화 척결을 넘어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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