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설재윤 기자] 29일 이태원 참사가 2주기를 맞은 가운데, 2년 전 이태원에서 세상을 떠난 고(故)이상은 씨의 부친 이성환(58) 씨가 <아이뉴스24>와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이 씨는 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며 눈시울을 붉혔다.
1997년 6월 29일 서울에서 태어난 이상은 씨는 평소에도 잘 웃는 딸이었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밝음과 긍정의 아이콘'으로 불렸다. 이 씨에게는 늘 아침식사도 함께 하고 종종 술도 한잔 해주는 고마운 딸이었다.
이 씨에 따르면, 딸은 평소에는 해금과 발레를 즐겼고, 한강공원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드라이브하는 것을 좋아했다. 1년 간의 홍콩살이와 미국교환학생 경험을 마치고 2022년 8월 23일에는 미국 공인회계사 자격을 취득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두 달이 채 안 돼 이태원 할로윈 축제에 갔다 세상을 떠났다.
딸을 하늘로 떠나 보낸 지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으나 이 씨는 여전히 딸의 방에 있는 물건들을 치우지 못하고 있다. 이 씨는 매일 아침마다 딸의 방에 불교식 인사를 건네고, 저녁에는 상은 씨의 어머니가 천주교식 인사를 건넨다고 전했다. 매주 주말에는 세종시에 위치한 딸의 산소를 찾고 있다.
이 씨 부부는 요즘 딸이 생전에 이루지 못한 '버킷리스트'를 대신 하고 있다고 한다. 청년들을 위한 '청년 나눔 밥상'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딸이 명동성당에서 미처 다 못 받은 세례를 받기 위해 이 씨가 교리수업도 대신 듣고 있다.
다음은 이성환 씨와의 일문일답.
-참사가 발생한 지 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아직도 그 때의 기억이 생생한가.
"죽을 때까지 못 잊는다. 당시 우리 부부는 10월 29일 강원도에서 등산을 마치고 오후 10시께 일찍 잠이 들었다. 30일 새벽이 돼서야 이태원에서 참사가 발생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딸에게 전화를 해봐도 받지 않았다.
그 때부터는 제 정신이 아니었고, '지옥'이었다. 용산 경찰서에서 '이태원 골목에서 핸드폰을 주웠다'라는 연락을 받았다. 이후 3시간 만에 용산 한남동사무소에서 실종자 신고를 받고 대기하던 중 연락을 받고 찾아간 병원에서 상은이를 확인했다. 그 때만 생각하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지난 5월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통과되면서 이태원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구성됐다. 특조위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이라 보는가.
"대부분 부모님(유가족)들은 아이들이 (병원에서 장례식장으로) 어떻게 이송되어 갔는지에 대한 구급일지를 가장 궁금해 한다. 정부에 구급일지에 대해 요청을 했는데, 처음에 현장에서 순천향대병원으로 간 것 까지의 기록이 거의 없다.
또 119 신고가 이뤄졌는데 왜 그렇게 대응을 제대로 안 했는지도 궁금하다. 그 다음에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과 사고와의 연관성도 점검해야 한다. 경찰의 인력이 마약 수사 쪽으로 집중되다 보니 인파 관리가 제대로 안된 부분도 제대로 파헤쳐야 한다고 본다."
-현재는 을지로에 추모 공간이 마련돼 있지만, 다음 달 초에 경복궁에 이사를 간다. 참사 이후 세 번을 떠도는 셈인데, 참사 공간에 대한 해법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이미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의거해 추후 추모 공간이 조성될 예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할 수 없이 임시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원래 (추모 공간은) 시청 광장에 있다가 서울시와 협의가 안됐고, 민원도 들어왔다. 그 때 임시로 제안했던 것들은 용산에 있는 빌라, 아니면 지하 공간으로 우리가 원했던 것에 부합하는 공간이었다. 현재는 경복궁 쪽으로 알아보다가 들어가게 된 것이다."
-아직도 이태원 참사를 추모하고 기억하려는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가 이 참사를 기억해야 할 이유는 무엇이라 보시는가.
"이미 지나간 시간을 돌이킬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다만, 참사를 기억하지 않으면 반복될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시발점이 돼 참사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우리 아이들이니까 기억해 달라고 요구할 수는 없지만, 159명 한 명 한 명의 존엄함을 기억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얼마 전 '참사는 골목에 머물지 않는다'라는 제목의 책을 출판했다. 어떠한 계기로 이 책을 쓰게 됐고, 기사를 읽는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신다면 그 이유는?
"작년 1주기에는 '우리는 이태원이야'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그때는 희생자들의 형제, 자매들을 위주로 담았고, 이번에는 희생자들의 부모들과의 인터뷰를 위주로 담아 글을 썼다. 이 책은 159명의 기록인 것이다. 그들이 그냥 살다 간 것이 아니라 존엄한 생명이었다는 사실을 남기지 않으면 없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기록을 남기고, 그 기록을 통해서 참사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였다."
-마지막으로 따님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평안하게 쉬어라. 엄마, 아빠는 진상규명 등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고 있다.' 이러한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또 '상은이가 생전에 못 다한 것 다 하고 있으니까 다 끝나고 나서 같이 보자'는 말도 같이 전하고 싶다."
/설재윤 기자(jyseo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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