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 서울 강남권과 가까워 '준강남'으로 불리는 경기 과천 전셋값이 급등하고 있다. 공급 대비 수요가 몰리면서 단지별로 신고가가 속출하고 최고치였던 2022년 수준까지 지역 평균 전셋값이 상승했다.
1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 과천시 원문동 과천위버필드는 지난 3일 전용면적 84㎡가 12억원(9층)에 전세 거래됐다. 연초 9억5000만~10억3000만원 선에서 거래된 단지는 약 10개월 만에 2억원 가까이 상승했다. 전용 110㎡ 또한 지난 1일 16억원(11층)에 거래돼 2022년 1월 18억원 이후 두 번째로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그 외 단지에서도 신고가가 나왔다. 부림동 과천센트럴파크푸르지오써밋 전용 59㎡는 지난 2일 9억원(4층)에 거래됐고 별양동 래미안과천센트럴스위트도 지난달 25일 전용 72㎡ 9억5000만원(17층)으로 신고가가 나왔다.
세 단지를 비롯해 과천 전셋값 상승이 이어지면서 10억원 이상 고가 전세 거래도 늘어났다. 14일까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등록된 올해 과천 내 10억원 이상 전세 거래는 총 223건으로 지난해 연간 거래된 총 거래량(177건)을 넘어섰다. 과천에서 10억원 이상 전세 거래는 △2020년 173건 △2021년 213건 △2022년 254건 등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과천 전셋값 강세가 남은 4분기에도 이어질 경우 2022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고가 거래가 이뤄질 전망이다.
과천 전셋값은 지난해 상반기까지 대규모 입주에 쌓인 매물을 해소하지 못하며 약세를 보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과천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12.39% 하락했다. KB부동산 집계 기준 과천의 ㎡당 평균 전셋값은 2022년 10월 977만4900원에서 지난해 2월 762만94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매물을 소화한 후에는 가격이 급등했다. KB부동산 집계 기준 지난달 과천 ㎡당 평균 전셋값은 973만8500원으로 지난 최고치에 근접했다. 평균 전셋값이 가장 낮았던 지난해 2월과 비교하면 1년 7개월 만에 ㎡당 200만원 상승한 셈이다.
전셋값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인구 증가다. 서울 전셋값 상승이 지속되면서 서울과 인근 지역으로 출퇴근하는 수요자들이 과천에 몰린 탓이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과천 인구는 8만5397명으로 1년 전(8만1332명)보다 3000명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가구수는 지난해 9월 2만9536가구에서 3만831가구로 1295가구 늘었다.
동시에 과천시에 거주하는 무주택 가구 구성원에게 과천 단지의 청약 자격을 주는 점도 수요를 끌어들였다는 진단이 나온다. 과천 청약 단지는 청약자격(해당 지역)을 위해 과천시에서 1년 이상 거주를 해야 한다. 올해 분양한 프레스티어자이와 과천 디에트르 퍼스티지는 청약 결과 해당 지역 접수건수가 각각 2589명, 7302명을 기록했다. 두 단지 모두 당첨자 선정 시 해당 지역에서 거주하는 신청자를 가장 우선 뽑았다.
인근 지역 대비 인구가 적은 과천 특성상 해당 지역 경쟁률이 비교적 낮아 이를 노린 수요 일부가 과천에 유입됐다는 분석이다. 과천 디에트르 퍼스티지는 해당 지역 평균 가점이 70.82점으로 75.41점을 기록한 경기도 거주자(기타 경기)와 73.02점인 경기도 외 거주자(기타 지역)보다 당첨 가점이 낮았다.
이와 달리 과천 내 공급 물량은 부족한 상황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14일 기준 과천 아파트 전세 매물은 136건으로 한 달 전(152건)보다 10.6% 줄었다. 1년 전 시장에 나와 있던 296건보다 54.1% 줄어 절반 이상 매물이 감소했다. 매물이 쌓였던 지난해 2~3월 600~700개 수준이던 것과 비교하면 약 80%나 자취를 감춘 셈이다.
2020년과 2021년 입주한 대단지에서도 매물은 찾아보기 힘들다. 2021년 입주한 별양동 과천자이(2099가구)는 14일 기준 전세 매물이 9건만 남았고 과천위버필드(2128가구)와 과천푸르지오써밋(1571가구)은 각각 31건과 5건만 시장에 나와 있다. 3000가구 이상 대단지인 원문동 래미안슈르는 전세 매물이 20건에 불과하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과천은 강남의 대체 주거지로 경기도에서 주택 가격이 가장 비싸고 수요가 몰리는 지역"이라면서 "지역 내 거주를 희망하는 수요가 많은 상황에서 새로 공급되는 물량이 수요 대비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과천 집값이 많이 오르면서 매수하려던 수요자가 부담을 느끼면서 일부 수요가 전세로 이동하며 전세 수요가 더 늘어난 점도 전셋값 상승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이수현 기자(jwdo9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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