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을 둘러싼 논란을 두고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자기 정치'를 본격화하고 있다. 오는 16일 재보궐선거 이후 예정된 윤-한 독대 전까지 한 대표의 '용산 공개 겨냥'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당내 계파 갈등 양상도 가속화 될 전망이다.
김건희 여사 견제를 중심으로 '용산 쇄신'을 촉구하는 한 대표의 강도 높은 발언은 최근 빈도나 수위 면에서 점차 강해지고 있다.
지난 12일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지원 유세 현장에서 그는 기자들과 만나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와 걱정을 불식시키기 위해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10일에는 김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해 "검찰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알지 못하지만,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놔야 한다"고 했다.
김 여사 공개 활동에 대해서도 "당초 대선 과정에서 (김 여사가) 국민께 약속한 부분이 있다"며 "그걸 지키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전날인 9일 "저도 김 여사가 공개활동을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한 것에 대한 연장선이었다.
한 대표가 부쩍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것은 최근 당정 지지율이 '김 여사·명태균 이슈' 등으로 곤두박질 치면서, 여야 전체가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10.16 재보궐선거 결과에 악영향을 줄 거라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기존 여당의 텃밭으로 꼽혔던 부산 금정구청장의 선거의 경우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민주당 후보에 밀린다는 결과가 나왔다. 뉴스피릿·에브리뉴스가 의뢰해 여론조사기관 에브리리서치가 지역 유권자 500명을 상대로 지난 6~7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선 김경지 민주당 후보가 45.8%, 윤일현 국민의힘 후보가 42.3%를 기록했다.(100% ARS 전화조사 방식 진행, 응답률 5.3%.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권 우세 지역이었던 금정구청장이 민주당에 넘어갈 경우, 취임 100일을 맞는 한 대표의 리더십도 흔들릴 수 있다. 한 친한계 인사는 13일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명씨 등 여사발 악재가 계속 나오고 있지 않느냐"며 "부산 지역민들은 여당을 지지하지만, '(여당) 하고 싶은 대로 다 해' 이런 분들은 아니기 때문에 선거 결과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대표가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단지 선거 때문 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없지 않다. 용산발 악재가 끝없이 나오면서, 당내에서도 '이제는 여당이 변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주 열린 친한(친한동훈)계 의원 만찬 회동(한 대표 참석)에서는 기존 친한계로 분류돼온 의원들보다 더 많은 수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7일 열린 한 대표와 원외당협위원장 간 비공개 오찬 회동에서도 상당수가 한 대표에게 "용산에 할 말은 할 시기가 왔다"는 취지의 말을 전달했다고 한다.
이런 한 대표의 모습에 친윤계에서는 연일 불만 섞인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5선 중진인 윤상현 의원은 전날 TV조선 '강적들'에 나와 "한 대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자꾸 갈등을 심화시키는 역할을 한다"며 "두 명의 게이트키퍼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이 (개인 일탈인) 김대남 전 행정관 문제 등을 (용산 책임으로 돌리면서) 더 큰 논란으로 만든 것 같다"고 했다. 윤 의원은 만찬 회동에 대해서도 "조짐이 안 좋다"며 "친한계 50명을 만든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이러한 행보는) 탄핵을 부를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5선인 권성동 의원 역시 지난 10일 한 대표를 향해 "측근 입을 통해 계속해서 대통령을 비판하고 공격하고 있다"며 "일반 국민들은 이를 당정 분열로 바라본다. 당정 분열이 되면 결국 결과는 정권 재창출 실패"라고 공개 저격했다.
한 대표는 이같은 반발과 상관없이 대통령실 쇄신 요구를 지속해서 이어간다는 계획인데, 정치권에선 당이 '심리적 분당' 양상에 들어갔다는 말도 나온다. 한 친한계 인사는 통화에서 "향후 한 대표의 (용산 이슈 관련) 행동 양식에는 변화가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친윤계 불만을) 안고 가기는 힘들다. (당정이) 왜 이렇게 됐는지는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범열 기자(hea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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