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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2024] 여야 모두 혀 내두른 국책기관장들 '역사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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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낙년 "일제 쌀 수탈 아니야…우리가 수출"
박지향 "우리 국민, 영국 40년대보다 못해"
민주 문정복 "제정신이냐…정신병자" 강력 비판
與도 "국민 자긍심 생각하라…말 가려서 해야"

김낙년 한국학중앙연구원장(왼쪽),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사진=연합뉴스]

11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국책연구기관장들의 역사관을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기관장들의 논란성 발언이 이어지자 야권에서는 '증인 퇴장 요구'까지 나왔다.

교육위 야당 간사인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진행된 교육위 한국학중앙연구원·동북아역사재단 등 국정감사에서 김낙년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의 한 과거 발언 영상을 공개하며 "지금도 생각에 별 차이가 없느냐"고 물었다. 김 원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영상에서 김 원장은 "(역사가) 일제시기 농민 궁핍을 엉뚱하게도 일제 쌀 수탈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일반인 통념도 다르지 않다"고 발언한 내용이 담겼다. 김 원장은 2019년 발행한 도서 '반일 종족주의' 공동 저자로, 일제의 식량 수탈을 수출로 주장해 임명 당시에도 논란이 된 바 있다.

문 의원은 "100원짜리를 10원에 가져가면 그게 수탈이지 수출이냐"고 김 원장에게 물었고, 이에 김 원장은 "시장 가격이 형성된 것이다. 농민의 경우 그 당시 도시 시장에서 파는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쌀을) 팔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 의원은 "동양척식주식회사가 싼 값에 쌀을 수매해, 그걸 일본으로 보낸 것 아니냐"며 "학자로서 그런 말씀을 하실 순 있지만 국가기관의 원장이 (수출이라고) 얘기하는 게 옳은 생각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김 원장이 "자신은 경제사를 연구하는 학자"라고 대응하자, 문 의원은 "경제사를 연구했으면 경제사만 하지, 왜 한국 역사에다가 쓸데없는 경제사를 접목을 시켜서 국민들을 호도하냐. 제정신이냐"며 "윤석열 정부의 인사를 보면 소름 끼치도록 끔찍하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지금 보면 야금야금 뉴라이트 성향 학자가 정부 기관에 들어와 우리 역사를 수정하고 있는 것 같다. 그 한가운데 김 원장이 있다"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김 원장은 물러나라"고 말했다.

11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낙년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2024.10.11 [사진=연합뉴스]

김 원장이 윤 대통령과 같은 '충암고 출신'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영호 교육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김 원장에게 "윤 대통령과 역사의식을 같이 하느냐"고 물으며 "국방부도 그렇고 요즘 충암고 출신이 요직에 너무 많다. 충암고 출신은 색안경을 끼고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의 발언도 논란을 낳았다. 문 의원은 김 원장에 이어 박 이사장에게 지난해 5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그가 '한국 국민 수준이 1940년대 영국인보다 못하다'고 언급한 것을 거론하며 "현재도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박 이사장은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 제 생각"이라고 답변했다. 문 의원이 근거를 묻자 그는 "1940년대 영국 시민보다 현재 (우리) 국민 수준이랄까, 시민적 책임감이 (낮은 것 같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문 의원은 "그런 얘기를 어떻게 뻔뻔하게 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이자, 박 이사장은 재차 "당시 영국은 히틀러와 전쟁을 하고 있었을 때"라며 "그때 영국인들이 지금 우리 공직자와 국민들의 애국심보다 더 강했던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를 듣던 김 위원장이 "궤변이다. 광화문에서 그렇게 말하고 다니시면 돌 맞는다"고 지적하자 박 이사장은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된다"며 "우리가 잘못한 것을 깨닫고 역사에서 교훈을 받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문 의원은 그러자 박 이사장에게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어제 식민지 시절 대한민국 국적이 일본이라고 해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서 퇴장을 당한 것을 아시지 않느냐"며 "이사장님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분이다. 대한민국 국민을 개돼지만도 못하게 생각하시는 분"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에게 박 이사장의 퇴장을 요청했다.

김 위원장은 박 이사장에게 "앞으로 감사위원들의 질타를 유념해 발언하라"고 경고하며, 문 의원의 요청에 대해 추후 다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11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10.11 [사진=연합뉴스]

문 의원은 이후 박 이사장이 지난 2006년 공동 집필한 책 '해방전후사 인식' 내 "서구 식민주의는 지배자와 종속민 모두에게 이득이 됐다"라는 인용 문장을 언급하며, "본인이 쓴 책에 나온 내용이다. 인용하면 본인 생각과 같은 것 아니냐"고 물었다.

박 이사장이 "저는 편집을 했을 뿐, 필자들의 글을 모은 것이 저 책"이라며 말을 흐리자 문 의원은 "정신병자"라며 발언을 마쳤다.

통상 정부 측 인사가 국감장에 증인으로 출석하면 여당 의원들은 야권의 공세로부터 이들을 엄호하는 데 주력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여당 간사인 조정훈 의원은 김 원장을 향해 "쌀이 남아서 수출했다고 생각하냐"며 "그 수출로 우리가 이익을 얻었다고 생각하시냐. 이익을 봤다고 생각하시냐"고 따졌다. 이어 "공직에 계실 동안 우리 국민들의 자존심과 자긍심에 대해서 한 번 더 유념해 주셔서 발언해 주시기를 요청드린다"고 했다.

김대식 의원도 박 이사장을 향해 "공직으로 온 분 아니냐"며 "교육방송 통해 중계가 되는 국감에서 말씀을 가려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성국 의원 역시 "박 이사장의 발언이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라며 "우리 국민의 감정을 아프게 하고 우리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선생님들에게도 굉장히 자괴감을 느끼게 만드는 굉장히 심각한 발언임을 인지하시고, 잘못하면 책임을 지셔야 될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과 박 이사장은 이에 앞으로 유념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한편 교육위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 의혹 관련 증인인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 장윤금 전 숙명여대 총장, 설민신 한경국립대 교수 등에 대해 야당 주도로 증인 고발의 건을 의결했다. 이들이 정당한 이유 없이 국회에 불출석하고, 출석요구서와 발부된 동행명령장의 수령도 거부했다는 이유다. 여당 의원들은 이에 반발해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일시 국감장을 퇴장했다.

/유범열 기자(hea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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