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라창현 기자] 10·16 재보궐선거에 '정권심판론'을 내세운 더불어민주당이 영광군수 재선거에서 고전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0일 이틀 연속 전남 영광군을 찾아 지지를 호소했다. 일찌감치 이번 선거의 성격을 '정권 심판'으로 규정한 그는 이날도 "지난 총선에서 우리가 엄정하게 경고하고 심판했지만, (윤석열 정권은) 전혀 바뀌지 않고 오히려 더 심해지고 있다"며 "이제 2차 심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영광군에서는 정권심판론이 통하지 않는 모양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영광군수 후보 지지도에서 이석하 진보당 후보가 35%를 차지하며 오차범위 내 우위를 보였다. 장세일 민주당 후보는 33.4%, 장현 혁신당 후보는 27.4%였다. (이번 조사는 리얼미터가 남도일보의 의뢰를 받아 지난 7~8일 영광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502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조사 방식은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18.8%·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앞선 여론조사에서 장세일 민주당 후보 32.5%, 장현 혁신당 후보 30.9%, 이석하 진보당 후보 30.1%를 기록한 것과 완전히 뒤바뀐 결과가 나온 것이다. (해당 조사는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의 의뢰를 받아 지난달 29~30일 영광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501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이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혁신당과 벌인 비방전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영광군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로 광주MBC에서 열린 영광군수 후보자 토론회에서 민주당과 혁신당 후보는 서로 민감한 신상 문제로 격돌했다. 장세일 민주당 후보는 혁신당 후보의 '유사사무실 의혹'을, 장현 혁신당 후보는 민주당 후보의 '재산 증여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장세일 민주당 후보는 △폭력행위·보조금관리 위반 전과, 장현 혁신당 후보는 △청담동 아파트 소유자 △총학생회장 표기 문제 등도 거론됐다.
양당은 또 서로를 향해 법적 조치를 하기도 했다. 혁신당은 지난 2일 주철현 민주당 최고위원을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민주당은 지난달 27일 장현 혁신당 후보를 '당의 명예를 훼손한 이유'로 각각 경찰에 고발했다. 다만 양당은 이후 서로를 향한 고소·고발을 취하하면 악화하는 상황을 일단락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방전으로 노출된 양당 후보의 '도덕성' 문제는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한 지난 7~8일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영광군민들은 군수 선택 기준을 △도덕성·첨령성(38.2%) △후보능력·자질(26.1%) △정책·공약(13.9%) △지역 기여도(8.5%) △소속 정당(5.7%) 순으로 꼽았다. 즉, 비방전 속 터져 나온 문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진보당 관계자도 이날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군 내에 부정부패·비리정치에 대한 혐오 내지는 심판의 기운이 굉장히 강하다"며 "민주당이나 혁신당에서 사실 그에 부응하지 못하는 공천을 해서 그 기대감이 진보당으로 오는 것 같다"고 했다.
아울러 진보당의 생활 밀착형 행보도 민주당의 정권심판론이 힘을 못 쓴 배경으로 꼽힌다. 영광군 인구는 지난 4월 기준 5만1492명으로 집계됐는데, 그중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1만6420명으로 전체의 31.9%에 달해 초고령사회(노인인구가 전체의 20% 이상)로 분류된다. 진보당 후보는 그동안 청소와 칼갈이 봉사활동 등을 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진보당 후보의 상승세(가 관측된다)"며 "진보당원들이 여름 내내 영광에 투입돼 집집마다 찾아다니면서 어르신들이 하기 힘든 일들을 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진보당 관계자도 "생활에 밀착한 선거운동이 꾸준하게 펼쳐지면서 군민들께 믿음과 신뢰를 드렸던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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