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여기 서로 다른 멜론 아이스크림 제품 두 개가 있습니다. 두 제품 모두 멜론색을 표현한 초록색 포장지 좌우에 멜론 사진을 배치했습니다. 좌측 상단엔 회사 로고가 보입니다. 제품 중간엔 네모반듯한 글씨체로 제품명이 적혀 있습니다.
언뜻 보면 동일한 제품 같습니다. 가게에서 무심코 다른 제품을 집어들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입니다. 지난 1992년 출시된 빙그레의 '메로나'와 2014년 등장한 서주의 '메론바' 이야기입니다.
아무래도 빙그레 측의 불만이 큽니다. 10년 이상 먼저 나온 제품을 서주 측이 베꼈다는 겁니다. 이 문제로 양사가 법정 공방에 돌입한 게 자그마치 1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물론 아직까지 법원은 빙그레 주장에 동의하지 않고 있습니다. 빙그레는 지난 2005년 메론바를 상대로 판매금지가처분 신청을, 지난해엔 포장지 사용 금지 소송을 냈지만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가처분 신청은 기각된 지 오래고, 최근 포장지 사용 금지 소송 1심에서도 졌습니다. 빙그레는 1심 판결에 불복한다며 항소한 상태입니다.
관련 내용을 담은 기사에 대한 댓글 반응은 대체로 '빼박(빼도 박도 못한다) 표절'이란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하지만 일반인의 인식과 달리 식품업계에선 빙그레의 승소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봅니다.
'상품의 유사성'이란 것을 입증하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10개 중 9개를 따라 해도 하나만 다르면 특허권 침해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식품 분야 특성상 기술 수준이 평이하기에 이러한 경향은 더 두드러집니다. 실제로 오리온 '초코파이', 삼양식품 '불닭볶음면', CJ제일제당 '컵반' 등이 과거 유사 상품 대상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식품업계에선 맛과 디자인, 제품명 등이 유사한 이른바 '미투 상품'이 관행처럼 자리잡았습니다. 특정 제품이 인기를 끌면 유사한 제품이 잇따라 출시되는 식입니다. 최근 출시된 농심 '먹태깡'이 품절 대란을 일으킬 정도로 인기를 끌자 노가리칩, 먹태이토, 먹태쌀칩 등 유사 상품이 줄줄이 쏟아진 것이 대표적 사례죠.
베끼고 베끼는 문화가 만연한 탓에 타 업종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낮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는 전체 시장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미투 상품은) 도의적으로 볼 때 사실상 표절이지만 법적인 제재가 없다 보니 이제는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다"며 "하나씩 바로 잡으려면 수십년 전 제품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할 수준이라 더 손 대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미투 상품이 시장에 악영향만 끼치는 건 아닙니다. 식품 업체들은 되레 미투 상품의 등장을 반기는 경우도 많습니다. 미투 상품이 나오면 원조 제품이 더 주목받으면서 시장 전체가 성장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매번 수성하는 입장이 아닌 것도 하나의 이유입니다. 미투 상품이 관행으로 자리잡은 현재, 다 한번씩은 타사 제품을 모방한 경험이 있을 겁니다. 자칫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다가 '내로남불'이란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집니다.
이제는 식품업계의 관행이 되다시피 한 미투 상품. 국민 실생활과 밀접한 만큼 더욱 논란은 커질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메로나-메론바 소송 결과도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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