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영부인 김건희 여사의 각종 의혹이 연일 여권을 난타하고 있는 가운데, 오는 4일로 예정된 '김건희 특검법' 본회의 재표결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원내지도부는 '이탈표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원내 일각에서는 김 여사 사과 없이 계속 방어만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오는 4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김건희 특검법·채상병 특검법·지역화폐법에 대한 재표결을 실시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이들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야권이 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 이틀 만에 재표결에 나선 이유는 김건희 특검법의 수사 대상인 '김 여사 22대 총선 공천 개입 의혹' 공소시효가 공직선거법상 오는 10일 만료되기 때문이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이를 감안해 4일 본회의 개회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이번에도 법안 부결을 당론으로 채택할 방침이다. 거부권 행사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기 위해선 재적 의원(300명) 중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108석을 가진 국민의힘에서 8명이 이탈하면 특검법은 본회의를 통과한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일 (본회의) 안건으로 (이들 법안이) 올라가면 부결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며 이탈표 단속에 나섰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재의요구권을 반복적으로 유도하는 야당 시도는 민주주의의 본질을 침해하고 국민의 뜻을 왜곡하는 무책임한 행태"라며 힘을 보탰다.
국민의힘 원내에서도 특검법과 민주당의 지역화폐법이 4일 재의표결에서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 지도부 핵심 인사는 이날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김 여사, 채 상병 문제 등 내부에서 의원들 간 의견 충돌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래도 이번만큼은 부결시키자는 뉘앙스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특히 김건희 특검법과 관련해서는 "여사 공천 개입 의혹 등은 확실한 증거도 아직 나오지 않은 만큼 가결표를 던지겠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지는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여사 리스크를 이대로 지켜보기만 할 수는 없다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검찰이 이날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전부 불기소 처분했지만, 여론은 이미 등을 돌린 상황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6∼27일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29.9%를 기록했다. 또 지난 23∼27일 2507명을 대상으로(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포인트) 진행한 같은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25.8%를 기록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당정 지지율 모두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인데, 명품백 수수 관련 의혹에 정부여당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탓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날 터진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이 한 대표를 공격하는 보도를 사주하면서 김 여사를 언급한 사실이 매체를 통해 폭로한 것도 여당엔 악재로 작용하는 요인이다. 김 전 선임행정관은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시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건희 여사가 한동훈 후보 때문에 죽으려고 한다"며 "이번에 잘 기획해서 (한동훈을) 치면 아주 여사가 들었다 놨다 했다고 좋아하겠는데"라고 했다. 서울의소리는 이날 수사가 종결된 여사 명품백 사건을 기획한 매체다.
이렇다 보니 내부에서는 특검법을 일단 부결시키더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김 여사 문제를 매듭을 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받고 있다.
김재섭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의 특검은 매우 위헌적이고 정치적"이라면서도 "특검법이 나쁘다 하더라도 김 여사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여당 의원의 침묵을 김 여사에 대한 이해나 동조로 착각하면 안 된다"며 "대통령실은 하루빨리 제2부속실을 설치하거나 특별감찰관을 임명해야 한다. 궁색한 핑계도 하루 이틀"이라고 강조했다.
한 친한계 의원도 이날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김 여사가 한 대표를 공격한다는 언론 보도도 나오는 마당에 우리(친한계)는 상황을 엄중하게 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여러 악재가 겹친) 지금 상황에서 김건희 특검법을 폐기하지 못하면 우리 당의 후폭풍이 매우 크기 때문에 일단 부결표를 던지는 것"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그런데 민주당이 과연 여기서 (특검법 관철 시도를) 그치겠냐"고 되물으며 "특검 부결 이후 김 여사의 사과조차 없으면 그다음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범열 기자(hea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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