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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배달 수수료 문제 해결,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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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치킨 한 마리를 팔면 얼마가 남을까. 취재 과정에서 확인해보니 서울 지역 A 프랜차이즈 치킨 가맹점주가 2만원짜리 치킨 한 마리 팔 때 들어가는 원부자재 비용은 1만434원이다. 원료육, 기름, 치킨박스 등을 모두 합한 금액이다. 인건비와 임대료 등이 숨어있으나, 어느정도 남길 수 있는 정도로 볼 수 있다.

기자수첩

그런데 배달앱을 통해 치킨을 팔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의 '배민1플러스'를 이용할 경우 중개이용료 1495원, 서울 지역 배달비 3200원, 결제 대행 수수료 660원, 부가세 536원 등 배달 관련 비용만 5891원이 빠진다. 한순간에 치킨값의 4분의 1 이상이 날아간다. 점주가 손에 쥐는 돈은 약 1만원에서 3674원으로 줄어든다. 쿠팡이츠, 요기요 등 다른 배달앱을 사용해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여기에 배달앱 할인 쿠폰 비용을 일정 부분 부담하게 되면 사실상 남는 게 없다. 인건비와 임대료를 추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외식 자영업자 사이 "죽지 못해 산다"는 푸념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먹는 장사가 남는 장사'란 말은 오래 전 옛말이 됐다.

외식 자영업자들의 곡소리는 간절하건만, 정부와 이해관계자들의 대응은 미적지근하다. 지난 7월 배달앱과 점주들 간 상생 방안을 내겠다며 정부 주도로 출범한 '배달 플랫폼과 입점 업체 간 상생 협의체'는 다섯 차례 머리를 맞댔다는데 뚜렷한 중재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오는 10월까지 협의 결과를 발표하는 것이 목표인데, 아직 핵심인 중개 수수료 건은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가지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관계자들이 정말 상생안을 도출할 마음이 있는지조차 의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반목만 더 깊어지는 분위기여서다. 배달앱들은 수수료 인상의 책임 소재를 서로에게 돌리고 있다. 일부 소상공인 단체는 모든 배달앱이 공공 배달앱과 유사한 수준까지 배달 수수료를 낮춰야 한다는 다소 비현실적이기까지 한 주장을 펼친다.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이중가격제' 도입에 나섰다. 배달 수수료가 비싸니 배달로 시킬 때 음식 가격을 더 받겠다는 건데, 배달앱을 악마화해 우회적 가격 인상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에서 마냥 자유롭긴 힘들어 보인다.

축산 농가에선 소를 온순하게 만들기 위해 뿔을 뽑는다. 뿔을 뽑는 시기는 분만 1~3주 이내 송아지 때다. 뿔이 완전히 자리잡기 전에 뽑는 게 가장 안전하고, 소가 느끼는 고통도 적다는 믿음 때문이다. 뿔은 뜨겁게 달군 인두로 지진 후, 흐물흐물해졌을 때 단숨에 뽑아야 한다. 미적거리다 열이 식으면 뿔이 다시 굳어 뽑기 어렵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옛말이 그래서 나왔다. 배달 수수료 논쟁이 한창 달아오른 지금, 정부와 이해관계자들이 책임감을 갖고 합의안을 도출해야 한다. 시점은 빠를수록 좋다. 시간이 지나 잠잠해진 뒤 동력을 잃고 흐지부지되면, 결국 수수료 부담은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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