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지영 기자]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의 밸류업 프로그램 야심작으로 기대를 모았던 밸류업지수가 실패작이라는 평가다. 기존 코스피200 지수와의 차별성도 부족하고, 주주 환원을 확대하기 위한 기대를 높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24일 국내 기업 100개사로 구성된 '코리아 밸류업지수'(이하 밸류업지수)를 공개하며 선정 기준을 밝혔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의 시가총액 400위 이내인 기업을 대상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중점적으로 선정했다.
100개사 중 현대차, 신한지주, 우리금융지주,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사전 밸류업 공시로 최소요건을 충족해 지수에 편입됐다. 다만 예고 공시로 밸류업지수에 포함될 것이란 기대가 높았던 KB금융과 고배당 종목 대부분이 제외됐다.
KB금융과 삼성생명 등의 종목들이 밸류업지수에 포함되지 못한 건 PBR 기준을 맞추지 못해 탈락한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는 밸류업지수 선정 기준을 최근 2년으로 제한했는데, KB금융의 2년 평균 PBR은 0.4배, 삼성생명은 0.3배, 하나금융지주는 0.3배를 기록했다. 일본 JPX프라임 150지수처럼 PBR 1배 이상으로 기준을 선정한 것이 아니면서도 PBR 1배를 충족하기 위해 밸류업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들을 제외한 것이다.
기업 선정 기준에 과거 데이터만 고려한 결과 최근 들어 주주환원에 힘쓰고 있는 기업들이 배제된 것으로 풀이된다. 수익성 측면 또한 '과거 2년 합산 흑자 기업' 등 과거 적자 여부만 판단해 정작 중요한 성장성은 고려되지 않았다. 올해 당기순이익 기준 역성장이 전망되는 기업 개수가 17개이며 성장률 20%를 하회하는 종목수 비율도 42%에 달한다.
밸류업지수에서 가장 중요하게 꼽혔던 주주환원책은 배당수익률이나 자사주 매입·소각률을 따지지 않고 실시 여부만 따져 기존의 취지와도 멀어졌다는 지적이다.
신희철 아이엠증권 연구원은 "배당수익률이 2%를 하회하는 종목이 53개로 과반"이라며 "배당 성향이 20%를 하회하는 종목 수 비율도 54%로 과반을 넘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분법적인 주주환원 척도로 인해 주주환원의 질적인 부분은 고려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밸류업지수가 기존 시장대표지수와 크게 차이가 없다는 점도 실망감을 더한다. 밸류업지수에 포함된 코스피 55종목(82%)이 코스피200에, 코스닥 종목 전부가 코스닥150에 기편입돼 있기 때문이다.
거래소는 연초부터 밸류업 지수를 발표하기까지 강한 추진력을 보여왔지만, 결국 전망을 담지 못한, 기존 지수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결과물을 선보이게 된 셈이다. 밸류업 공시 참여도도 높지 않은 상황에서 지수마저 아쉬움을 안겨 향후 예정된 후속지수 개발, 지수 상품화의 관심도도 멀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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