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 서울 강남권 최대 정비사업 중 하나로 꼽히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사업추진이 답보상태를 되풀이하고 있다. 지난해 조합장 선출 결과를 두고 소송이 이어지며 향후 사업 진행 또한 안갯속에 빠졌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은마소유자협의회(은소협)는 최근 최정희 은마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 조합장 직무 집행 정지 가처분 결정을 취소한 법원 판결에 불복해 항고했다.
1979년 준공된 은마아파트는 28개 동 4424가구 규모 단지다. 1996년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를 발족하며 재건축을 추진했지만 2002년 안전진단에서 탈락하는 등 여러 차례 고배를 마셨다. 사업이 지지부진한 사이 은마아파트소유주협의회(은소협)와 은마반상회(반상회) 등 단지 내 단체가 난립하며 단체 간 내분이 발생했다.
지난해 8월 조합장으로 선출된 최 조합장은 은소협이 제기한 조합장직무정지 가처분이 지난 1월 법원에서 받아들여져 8월까지 직무 정지됐다. 지난해 9월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지만 은소협이 조합장과 임원 투표 과정에서 다수의 부정행위를 발견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법원이 최 조합장의 직무 정지 판결을 취소한 만큼 조합은 정비계획 변경 단계에 착수할 예정이다. 다만 지난해 총회에서 결정한 조합장·임원 선출을 무효로 하는 재판이 여전히 진행 중이고 은소협 측이 조합장 직무 정지 취소 결정에 항고하며 여전히 변수가 남았다.
조합 관계자는 "조합은 서울시와 사업 관련 협의 중이고 층수뿐 아니라 사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은마아파트가 소송전으로 멈춰 선 사이 후발주자로 나선 인근 단지는 차례로 사업 후 입주까지 마쳤다. 개포동에서는 디에이치아너힐즈(2019년 8월), 개포자이프레지던스(2023년 2월), 디에이치자이개포(2021년 7월) 등이 사업을 끝냈고 개포주공5단지도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은마아파트는 투자 목적으로 유입되는 거래량까지 쪼그라들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집계된 올해 은마 거래량(9월 20일 기준)은 35건으로 지난해 106건 대비 33% 수준에 그쳤다. 사업이 진척을 보인 지난해에는 거래량이 살아났지만 계속되는 소송전으로 투자 수요 또한 유입되지 않고 있다.
투기과열지구에 속하는 은마아파트는 10년을 보유하고 5년을 거주한 1가구 1주택 집주인 등 특별한 경우에만 조합원 지위를 넘길 수 있다. 하지만 조건에 맞는 매물이 나와도 거래가 되지 않으면서 20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이 집계한 은마아파트 매물은 연초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난 204개가 쌓였다.
강남구 대치동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A씨는 "정비사업 공사비가 너무 올라 노후아파트 수요가 지난해 대비 많이 줄었다"면서 "은마아파트는 1년 가까이 이어진 소송전에 사업 진행조차 안 되고 있어 수요자들의 관심에서 더 멀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조합과 은소협 사이 힘겨루기도 이어지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조합장 직무정지 가처분이 풀린 이유는 조합에서 충분한 자료를 제출해 부정선거가 아님을 입증했기 때문"이라면서 "조합이 사업을 추진하는 데 어떠한 걸림돌이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은소협은 빠른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최 조합장이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재성 은소협 대표는 "최 조합장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위반으로 벌금 200만원 약식명령을 받았고 정식 재판이 청구됐다"면서 "조합 정관에 따르면 형사건 기소돼 1심 유죄를 받으면 조합장 직무정지가 될 수 있음에도 최 조합장은 조합원 돈으로 소송을 진행하며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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