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 서울 전셋값 상승세가 늦더위만큼이나 꺾이지 않고 있다. 연말 올림픽파크포레온을 비롯해 대규모 단지가 차례로 입주를 앞두고 매물마저 급증하고 있지만 상승곡선은 뚜렷하다. 당분간 하락반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7062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2% 감소했다. 다만 약 1만2000가구 규모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가 예정된 서울 강동구는 1년 전 1277건에서 3811건으로 198.4% 늘었고 지난달 '북서울자이폴라리스'가 입주한 강북구는 86.5%(238건→444건), 내년 1월 '래미안 라그란데'가 입주하는 동대문구는 33.7%(727건→972건) 늘었다.
지역별 매물이 급증세이긴 하지만 특정 단지의 물건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19일 기준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 전세 매물이 2356건 쌓여 있다. 래미안 라그란데는 507건이다. 입주를 시작하지도 않은 두 단지에 서울 전세 매물 10% 이상이 몰려있는 것이다.
전세 매물이 일부 단지에만 몰려있는 가운데 전셋값은 매주 상승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2주(9일 기준) 서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17% 상승하며 68주 연속 강세를 이어갔다. 서울은 올해에만 4.23% 상승했고 올림픽파크포레온과 강동헤리티지자이(1299가구), 강동밀레니얼중흥S클래스(999가구) 등 올해 입주 물량이 몰린 강동구까지 0.62%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전반적으로 전세 매물 가뭄이 이어지는 만큼 대규모 단지 입주가 본격화하더라도 송파구 헬리오시티(9510가구)의 경우처럼 서울 전역 전셋값 하락을 이끌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부동산R114가 조사한 올해 서울 입주 물량은 2만7233가구로 지난해 입주 물량 3만6877가구의 약 74% 수준이다. 2만9073가구가 입주한 2022년보다도 적은 수치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이 올해 입주 물량의 44%를 차지할 정도인데, 강동구 이외 지역에선 입주 물량이 크게 부족하다는 뜻이다. 내년 1월에는 3000가구 규모의 래미안 라그란데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전세 매물 감소세는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데, 이렇다보니 단지 입주 직후 발생하는 전셋값 하락현상은 벌어지지 않고 있다. 일반적으로 단지가 입주하면 해당 단지 내에서 신규 전세 매물이 급증하며 지역 전셋값 하락을 이끌게 되는데,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신규 매물이 나오더라도 빠르게 소화되는 탓이다.
8월 입주한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2990가구)의 경우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 단지 입주 직후 전세 매물이 1470건이 쌓이기도 했지만, 한국부동산원 조사 결과 서초구 전세가격지수는 8월과 9월 전월 대비 각각 0.19%, 0.3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11월 입주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도 비슷했다. 6702가구 규모 대단지로 입주 직후 강남구 전셋값은 하락 전망이 우세했는데, 한국부동산원 전세가격지수 기준 12월 강남구 전셋값은 전달 대비 0.27% 상승했다. 이어 지난 1월에도 0.22% 올랐다.
일선 현장에서는 내년 래미안 라그란데까지 입주하더라도 치솟고 있는 전셋값이 누그러지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입모았다. 이문동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A씨는 "연말 단지 입주가 본격화되면 인근 단지 전셋값은 어느정도 약세를 보일 것"이라면서도 "헬리오시티처럼 인근 지역으로 전셋값 하락세가 번지기는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헬리오시티가 입주할 때에는 전셋값이 전체적으로 약세였지만 지금 시장은 공급 부족으로 전셋값이 강세를 유지하고 있어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면서 "올림픽파크포레온이 입주하면 강동구와 송파구 등 인근 지역에만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 또한 "부족한 입주 물량도 문제지만 최근 수요자들은 커뮤니티 시설과 주거 환경이 더 우수한 신축 단지로 몰리고 있다"면서 "질적으로 다른 단지 대비 우수한 단지가 입주를 시작하면 오히려 수요가 몰려 전셋값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올림픽파크포레온이 입주하면 당장 전셋값 상승폭 둔화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수현 기자(jwdo9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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