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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횡단 도전기] <1> 출발, 시베리아 초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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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선 전 관세청장,고교시절 꿈 50년만에 실천
러,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튀,이스탄불까지 50일 대장정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이번에는 더 많은 실수를 하리라...더 자주 여행을 다니고 더 자주 노을을 보리라"미국 켄터키주에 살던 나딘스테어 할머니가 85세에 쓴 시'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은 90년대 최고의 베스트셀러인 '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에 소개되면 널리 알려졌다. 지난1970년대 소년 윤영선도 김찬삼교수의 세계일주 여행기를 읽고 큰 감명을 받아 세계여행을 꿈꾼다. 그의 꿈은 바쁜 관료생활로 하염없이 미뤄졌다. 그랬던 그가 고교 졸업 50년만에 꿈을 실천했다. 나딘스테어 할머니의 시가 큰 힘이 됐다고 한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작해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이르기 까지 50일간의 자동차 여정이다. 그는 여행기간동안 멈춤과 느림의 시간속에 미지의 세계를 경험하고 태고적 고원의 웅장함을 느꼈다고 한다. 70 나이에 꿈을 이룬 윤영선 법무법인 광장 고문(전 관세청장)의 횡단기를 연재한다[편집자]

"시계는 살 수 있지만 시간은 살 수 없다"라는 금언이 있다. 인생의 삶의 과정에서 꼭 하고 싶은 일을 뒤로 미루지 말라는 뜻이다.

학창 시절부터 오랫동안 꿈꾸어 왔던 소망이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대체 어떻게 생겼는지 몸으로 직접 체험하고 싶은 소망이다. 70세 기념으로 실천해 보기로 한다. 2024년 7월 2일 오후 3시 동해항 여행터미널에서 카페리호에 자동차를 싣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출발한다.

국제선 출발 3시간 전, 출국 체크인을 위해 12시까지 동해항에 도착해야 한다. 아침에 서울에서 자동차로 영동선 고속도로를 타고 강릉 방향으로 향한다.

윤영선 법무법인 광장 고문

장맛비가 출발할 때부터 계속 내린다. 평창, 대관령 들어서면서 강한 비에 산안개까지 진하다. 자동차 앞 유리창 브러쉬가 쉬임없이 움직여 더욱 마음이 심란하다. 이번 장거리 여행에 동반자로 함께 가는 내 처의 심기는 매우 불안한 기색이다. 이번 여행은 설레임, 즐거움보다 뭔지 모르게 걱정, 불안 등 무거운 기분이 짙게 깔려 있다.

내 평생 최초로 시도하는 유라시아 대륙횡단 자동차 여행이다. 서쪽으로 계속 가면서 북쪽과 남쪽으로 오르내리는 장거리 여행이다. 이동해야 할 거리도 약 2만2000㎞ 예상이다. 여행사조차도 관광상품으로 팔지 아니하는 오지, 초원, 사막, 반사막, 스텝지역, 고산지대를 운전해서 가는 것이다. 낭만적이기보다는 고행길이고 터프한 여행이다.

여행을 가기로 결정한 5월부터 마음속으로 내심 걱정이 많다. 자동차가 지나가는 도로의 형편이나 사정은 어떨지. 오지에서 도중에 병이 생기면 어떻게 대

응할지. 중간에 자동차가 고장이 나면 대체 어찌할지. 시베리아, 고비사막, 타클라마칸 사막 등 현지인들과 대화는 어떻게 할지. 장거리 여행 도중 미지의 세계에서 부딪치게 될 예측 못할 상황에 대한 불안감이다.

내 나이가 70살이고, 처는 66세다. 나이가 드니 겁이 많아지는 모양이다. 함께 가기로 약속한 내 처의 불안감과 신경의 예민함, 수시로 자기는 빼고 나 혼자 떠나라는 하소연이 나를 더욱 힘들게 한다. 동해항으로 가는 차 안에도 아들들, 손자들, 친구들과 보내는 것이 훨씬 재미있다고 투덜댄다. 향후 나와의 여행은 이번이 마지막이다라고 선언까지 한다. 불안감이 커질수록, 처의 반발이 커질수록 이번에 떠나지 아니하면 영원히 못 가게 된다는 생각으로 못 들은 척 무시한다.

유라시아 대륙횡단한 자동차. 자동차 양쪽 벽에 여행 코스를 나타내는 대형지도를 붙였다. [사진=윤영선]

자동차 양쪽 벽에 우리가 갈 여행 코스를 나타내는 대형지도를 붙여 놨다. 함께 가는 일행이자 자동차를 선두에서 리드하는 현대장의 아이디어다. 학창시절 친구들은 지겨워하는 '한국지리, 세계지리' 과목을 좋아했다. 광대한 시베리아 초원, 유목민들이 살았던 사막, 스텝, 실크로드 유적, 카스피해 등 언젠가는 가보리라고 생각만 하였는데 드디어 출발한다.

통과하는 국가는 러시아, 몽골, 중국, 키르키르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러시아 재입국, 조지아, 튀르키예이다. 블라디보스톡에서 북서쪽 시베리아를 따라 바이칼호로 간다. 여기서 남쪽으로 내려와서 몽골을 지나 중국으로 들어가는 코스이다. 매우 험하기로 소문난 고비사막, 타클라마칸사막, 카라쿰사막, 키질쿰사막을 통과해야 한다. 몽골고원, 파미르고원, 천산고원, 아나톨리아 고원 등 고산지대도 통과해야 한다.

청년 시절부터 오랫동안 미루었든 인생 숙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여행이다.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 자동차 여행이 무척 힘든 나라이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서유럽국가는 국경 통과가 자유롭고, 맘만 먹으면 자동차로 동유럽, 튀르키예, 러시아, 중앙아시아 국가를 갈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대륙으로 가는 길목을 북한이 가로막고 있다.

카페리호가 자동차들을 싣고 동해항을 출발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톡항으로 출항하고 있다. [사진=윤영선]

북한을 우회하여 카페리 배에 자동차를 싣고 인천에서 중국 산동반도로 가는 것을 상상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은 자동차 여행을 금지하는 국제협약(제네바협약) 미가입국이다. 우리나라 관세청에서 중국으로 자동차 여행을 위한 승용차 반출 허가가 아니 된다. 우리는 불가피하게 러시아와 몽골을 경유, 중국의 내몽골로 우회하기로 여행계획을 짰다.

동해항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톡까지는 거리로 900㎞, 운항 시간이 25시간이다. 일주일에 한 번만 왕복하는 국제선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로 들어가는 항공편이 중단되었기 때문에 블라디보스토크으로 가는 배편이 유일하다.

동해항 국제여객터미널에 도착해 보니, 대다수 승객이 러시아인이다. 러시아 언어만이 대합실에서 시끄럽다. 키도 크고, 몸도 뚱뚱한 사람들이 많다. 마치 어느 러시아 지역에 온 것 같다. 배에 싣고 갈 보따리들이 많고, 보따리 숫자도 많다. 아마도 상당수 사람은 보따리상이거나 누군가의 부탁으로 짐을 가지고 가는 것 같다.

아침 출발할 때부터 오던 빗줄기 더욱 강해지고 계속 내린다. 배가 정시에 출발할지. 파도가 높으면 뱃멀미는 어떨지. 당초보다 운항 시간이 훨씬 늘어날지? 걱정이다.

유라시아 대륙횡단 자동차 여행 당시 10여 명이 함께 쓴 카페리호 3등 선실 내부. [사진=윤영선]

여객선 예약이 늦은 관계로 선실은 10여 명이 함께 쓰는 3등실이다. 러시아 사람도 몇 명 같은 방에 있다. 사람당 퇴색한 갈색 매트리스와 베개 하나씩 배정이다.

꼭 설악산 등산객 산장처럼 매트리스가 촘촘히 붙어있다. 이러한 상태로 25시간 누워서 갈 생각하니 한심하다. 밤중에 화장실에 가려면 누워있는 옆 사람을 밟지 아니하도록 조심해야 한다. 출발 첫날부터 예상보다 매우 불편한 여정이다. 내 처는 말은 안 하지만 정말로 심란하다.

◇윤영선 법무법인 광장 고문은 서울고등학교,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학 석사, 가천대학교 회계세무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제23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국세청, 재무부 등에서 근무했으며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제24대 관세청장,삼정kpmg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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