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폐기가 현실화한다. 전년도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시세 변동만 반영되도록 바꾸면서 사실상 현실화 계획 시행 이전으로 되돌린다. 대신 주택 유형·가격대·지역별로 시세 반영률에 차이가 나는 문제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바꾼다.
정부의 새 공시가격 합리화 방안이 시행되면 공시가격이 낮아지고 보유세 부담이 줄어들어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2일 국토교통부는 지난 3월 민생토론회의 후속 조치로 '부동산 공시가격 산청 체계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새로운 방식의 공시 가격 산정 체계가 도입되도록 '부동산 공시법' 개정안을 즉시 발의할 계획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수립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은 부동산 공시법 개정을 통해 지난 2021년 부동산 가격 공시부터 적용됐다. 이 계획은 2035년까지 공시가격을 시세의 90% 수준으로 인상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이를 폐지하는 대신 산정 기준을 개편하는 합리화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현실화 계획을 계속 이행하면 보유세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미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부터 현실화 계획 도입 이전인 2020년 수준(공동주택 69%)으로 낮춰놓고 공시가격을 산정해왔다.
새로 내놓은 합리화 방안에 따르면 공시가격은 '전년도 공시가격'에 시장 변동률을 고려해 결정된다. 산정 공식을 '전년도 공시가격 X (1+시장 변동률)'로 제시했다. 시장변동률은 조사자가 시장 증거에 입각해 부동산 각각의 시장 변동률을 판단하되, 균형성 제고가 필요하다고 인정한 부동산에 대해 균형성 제고분을 추가 반영할 수 있다.
주택 유형이나 지역별로 차이가 벌어진 시세 반영률을 조정하기 위한 보완책도 마련해 선별적으로 개선해나갈 계획이다. 시·군·구 단위로 조사자가 입력한 공시가격안을 평가해 균형성 평가 기준에 미달하는 곳은 심층검토지역으로 선정한다.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에 재산정을 요구해 대학교수 등 외부 전문가가 재산정안을 검수, 국토부가 공시가격 열람안을 확정한다.
◇합리화 방안 시행되면 공시가격 내려간다…"시장에 긍정"
새롭게 발표한 합리화 방안이 시행되면 내년 주택의 공시가격은 현재 기준보다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공시가격 변동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올해 공시가격이 2억400만원(시세반영률 68.1%)인 시세 3억원인 주택의 내년 공시가격은 합리화 방안 이행 시 2억700만원으로 올해보다 1.52% 증가한다. 이는 현실화 계획 기준으로 적용한 2억1100만원(3.72% 증가)보다 400만원 낮아진다.
시세가 높을수록 공시가격 차이가 더 벌어진다. 시세 12억원인 주택의 올해 공시가격은 8억3000만원(시세 반영률 69.2%)으로 합리화 방안을 적용하면 내년 공시가격은 8억4300만원(1.52% 증가)이다. 현실화 계획 기준으로 내년 공시가격이 8억6700만원(4.52% 증가)보다 2400만원 낮은 수준이다.
공시가격이 조정되면 보유세 부담이 줄어든다. 대표적인 보유세로는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가 있는데,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산출한다.
공시가격이 지금의 적용 기준보다 완화되면 보유세 부담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그렇다고 당장 부동산 거래 증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합리화 방안은 종전의 현실화 계획 로드맵보다 실거래가 반영 속도가 다소 둔화함으로써 급격한 보유세 부담 증가 문제는 완화될 것"이라면서도 "서울과 수도권 등 실거래가격 및 감정 평가 금액이 오르는 지역은 공시가격 인상폭이 그만큼 반영될 가능성이 있기에 지역별 공시가격의 양극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실화 계획의 폐지는 시장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하나의 요인이지만, 이로 인해 시장 거래가 늘어난다고 보기에는 제한적인 영향을 그칠 것"이라며 "최근 불거진 가계대출 규제와 같이 시장 거래에 당장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관련법 개정안 통과는 변수다. 함 랩장은 "공시가격의 균형성 달성을 위한 국가의 책무조항을 신설하는 등 내용의 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인데, (여소야대라는 점 때문에) 법 개정 여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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