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유림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규제를 '사전 규제'에서 '사후 규제'로 가닥을 잡았다. 사전 규제가 기업을 잠재적 범죄 집단으로 낙인 찍는다는 비판에 한발 물러선 것이다. 그럼에도 사업자의 입증책임으로 기업 경영의 부담을 키우고 해외 기업과의 역차별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사후 규제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10일 관련 업계에서는 공정위의 공정거래법 개정 추진 계획과 관련해 사후 규제가 여전히 갖고 있는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해외 기업과의 역차별이 여전하고 사업자에 입증 책임을 전가했으며, 국내 시장에서 급성장하는 중국 전자상거래(쇼핑) 기업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위법 행위에 대한 입증책임을 사업자가 지게 한 데 대해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고나 제보만 들어와도 사실 여부를 떠나 위법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기업에서 입증해야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내부 자원을 상당 부분을 투입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제조업이나 건설업 같은 전통 산업과 비교하면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나 사업은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어 있는데 계획만 놓고 보면 규제 당국에서 이런 점들을 어떻게 판단할지 잘 모르겠다"며 "현재의 사업이나 앞으로 추진하려는 사업이 법에 위배가 되는지 내부에서 관리·감독해야 할 부분들이 많아질 수 있을 듯하고 결국 기업 활동과 사업 추진에 제약, 위축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고 했다.
해외 기업과의 역차별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어 구글의 경우 국내에서 10조원 이상의 매출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한국 법인인 구글코리아가 공시한 지난해 매출은 3653억원이다. 구글코리아로 놓고 보면 구글은 법 적용 대상 기준이 되는 연 매출 4조원 이하 기업으로 분류돼 규제 대상에서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황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정위의 공정거래법 개정 추진과 관련해 "우리나라 플랫폼·IT 산업이 전 세계에서도 드물게 독자적으로 성장해 왔고 앞으로 해외 진출을 확대해야 하는 시점에 글로벌 기업에 준하는 규제는 산업 육성 차원에서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을 (공정위에서) 수용해 나름의 절충안을 마련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빅테크 뿐만 아니라 중국의 전자상거래(쇼핑) 기업까지, 해외 기업에 한 번 시장 주도권을 뺏기면 회복하기 쉽지 않은 규모의 차이가 있는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정위가) 개정안 마련에 임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국내 시장에서 급성장 중인 알리익스프레스, 테무와 같은 중국 전자상거래(쇼핑) 기업은 규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문제로 법 개정은 오히려 이들 기업이 성장하는 기회만 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는 규모를 앞세워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서는 최근 들어 기회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 시장에서 성장하는 단계인 만큼 법안 적용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며 "오히려 이들 기업에는 성장의 기회를 주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플랫폼 시장에서의 독과점을 막고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중점 규율 분야는 중개, 검색, 동영상, 사회관계망(SNS), 운영체제, 광고 등 6개다. 대상은 시장에서 우위를 점한 지배적 사업자로 1개 회사의 시장 점유율이 60% 이상이고 이용자 수가 1000만명 이상인 경우, 3개 이하 회사의 시장 점유율이 85% 이상이고 각사별 이용자 수가 2000만명 이상인 경우를 기준으로 한다.
이 기준에 해당하는 회사는 자사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최혜대우 요구 등의 행위를 해서는 안 되며 적발 시 관련 매출의 8%를 과징금으로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기준을 토대로 보면 구글과 애플,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법안의 적용 대상으로 거론된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