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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여전히 애매한 '필리핀 이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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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지난달 필리핀 여성 100명의 입국으로 화제를 모았던 서울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이 지난 3일 첫발을 뗐다. 4주간 한국어 수업 등 총 160시간의 직무교육을 받고 서울시 내 142가정에 투입돼 아이 돌봄과 관련 가사 활동을 지원한다.

서울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필리핀 여성들이 지난달 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버스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필리핀 여성들이 지난달 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버스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 땅을 밟은 필리핀 여성들은 입국하자마자 '필리핀 이모님'으로 불리며 지역 맘카페나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우려의 시선은 계속되고 있다.

우선 '업무 범위' 문제다. 서울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의류 세탁'은 가능하지만 '손빨래'는 금지되며, '설거지'는 되지만 '기름때 제거'는 안된다. 하루 6시간 이상 일하면 '거실' 청소는 가능한데 베란다와 현관은 또 안된다. 육아와 가사(家事)의 구분이 모호한 집이라는 공간에서 업무 문제는 이모님들과 가정의 '노동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

업무만 아니라 임금도 '모호'하다. 당초 서울시는 사업 모집 시 '최저임금 적용'을 선언했지만 비판 여론을 의식해 부랴부랴 비자 변경을 통한 임금 인하(취업비자→전문인력)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 부처인 고용노동부·법무부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위반, 불법체류자 문제 등을 우려해 반대하고 있다.

기자수첩 [사진=조은수 기자]
기자수첩 [사진=조은수 기자]

이런 모호함이 해결되지 않으면서 결국 시범사업 선정가정 중 15가정은 필리핀 이모님 사용을 포기했다. 실제로 한 맘카페에는 '이모님이 우리와 맞을지도 모르는데 계약을 하면 6개월간 사용이 강제돼 포기했다'는 하소연도 올라왔다. 애초에 충분한 여론 수렴과 논의 없이 안일하게 추진한 서울시의 책임이 크다고 보인다.

관건인 '최저임금' 문제의 경우 우리나라를 비롯한 OECD 41개국이 내·외국인을 차별하지 않는다. 아울러 서울시가 롤모델로 삼고 있는 홍콩·싱가폴의 '내니(Nanny)'는 내·외국인이 윈-윈(Win-win)하는 제도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저임금으로 인한 노숙자 유발로 현지에서도 비판이 적잖다.

서울시가 '외국인 가사관리사' 제도를 정착시키고 싶다면 최소한 임금을 일정부분 보조하는 정도의 대안 제시가 필요하다. 이미 서울시는 시범사업에 1억 5000만원의 예산을 지출했다. 저출생에 대한 국가적 해결이 절실한 상황에서 이번 '필리핀 이모님' 사업이 시민의 눈살만 찌푸리게 한 채 서울시만 '자기만족'하는 사례가 되지 않길 바란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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