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내달 2일 정기국회 개회를 앞 둔 여야의 원내 장외전이 한층 격화되고 있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과 '반쪽 광복절' 논란으로 불붙은 민주당의 대정부 공격이, 근거가 확인되지 않는 '계엄령 준비설·국군의날, 조선총독부 설립기념일'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부 의원 개인의 주장이라는 게 당 차원의 공식 해명이지만, '우연도 반복되면 필연'이라는 식으로 정부가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며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여기에 여당과 별도로 대통령실이 직접 야당 때리기에 나서면서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 양당 새 지도부 출범과 함께 이어지는 9월 정기국회에서 모처럼만의 '민생국회'가 다시 정쟁으로 치닫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26일 '윤석열 정부의 독도 지우기',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10월 1일은 조선총독부 설립일' 등 야당에서 제기한 주장을 두고 조목조목 반박하며 정치 공세를 비판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의 밑도 끝도 없는 괴담 선동 정치가 계속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먼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시한 '독도 지우기 진상조사'에 대해선 "전방위적인 독도 지우기 형태 근거로 언급한 서울 6개 지하철역과 용산 전쟁기념관 독도 모형물 교체는 노후화에 따른 보수 및 교체 필요성이 제기되거나 관람 동선에 방해된다는 등 민원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더욱이 서울교통공사와 전쟁기념관 측이 보수 작업을 거쳐 새로운 독도 모형물을 설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을 들어 "일선 기관의 통상적 노후 시설물 교체마저도 윤석열 정부의 독도 지우기라고 마구잡이식으로 부풀리고 왜곡하는 '괴담 선동 정치'를 중단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강득구 민주당 의원이 10월 1일 국군의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 것을 두고 조선총독부 설립일과 겹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선 "국군의날은 6·25 전쟁 당시인 1950년 10월 1일 대한민국 국군이 최초로 38선을 돌파해서 북한으로 진격하는 날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됐다"며 "민주당은 국군의날조차 망상 같은 친일 프레임으로 엮으려고 하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은 일본에 주눅 들지 말고 자신감을 가지던지 그게 아니라면 선전·선동을 멈추라"고 비판했고, 정희용 의원은 "민주당은 이제라도 국민을 불안에 빠트리는 괴담 정치에서 벗어나 진정 국민을 위한 정책을 펼치길 촉구한다"고 강조하는 등 성토가 이어졌다.
당과는 별도로 대통령실이 야당 공격에 직접 나서면서 전선은 더 확대되고 있다.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 26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있지도 않은 독도 지우기를 왜 야당이 의심하는지 묻고 싶다"며 "친일 프레임 공세를 이어가기 위해 오직 정부 공격용으로 독도까지 끌어들이는 모습을 보면 과연 공당이 맞는지 의심된다"고 직격했다.
여당은 최근 들어 수위가 높아지는 민주당의 공세에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 바로 2주 연속 하락한 윤 대통령의 지지율 배경에 '친일 논란'이 있다는 점을 부각해 지지율을 더욱 하락시키려는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9~23일 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에 대해 조사(응답률은 2.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한 결과, 긍정 평가는 30.0%, 부정 평가는 66.4%로 집계됐다. 전주 대비 긍정평가는 0.7%p 하락, 부정평가는 1.0%p 상승하면서 긍·부정평가 간 차이는 36.4%로 나타났다. 리얼미터는 2주 연속 윤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한 배경에 '광복 사관' 대립 이후 '후쿠시마 오염수' 공방, '김건희 여사 의혹' 등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실제 야당 주도의 정부여당 '친일 프레임'이 효과를 발휘한 만큼, 국민의힘 입장에선 야당이 프레임을 굳히려다 논란의 발언이 나온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의 정치 공세는 현재 과열되는 것을 넘어 선전·선동으로 발전했다"며 "정부여당을 친일 정당으로 만들어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는 것인데, 근거 없는 발언이 계속 나오는 것은 유감을 떠나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 지지율이 최근 하락한 것을 노리고 정부여당이 자초한 일이라는 점을 부각해 공세를 강화하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하지만 우리 당은 야당의 근거 없는 주장에 근거를 들어 반박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민주당은 22대 국회 들어 과반 의석을 무기로 정부여당 압박에 집중하고 있다. 여소야대 속 연일 여야 충돌이 벌어졌지만, 국민의힘은 야당의 견제는 불가피하다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정치 공세를 위한 선동이 이어지자, 야당의 역할에 대해 의문을 갖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다른 관계자는 "현재 민주당은 야당의 역할을 뛰어넘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야당으로서 정부여당을 비판할 수 있고 견제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명확한 근거는 들어서 비판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성토했다. 아울러 "공격할 수밖에 없는 것은 알지만, 야당으로서 이러면 안 되는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민주당은 '친일 프레임'을 씌운 것은 자당이 아닌 정부여당 책임이 크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더욱이 개별 의원들의 주장이 과도할 수 있어도 이것 역시 정부여당이 빌미를 제공해 나온 발언인 만큼, 야당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 결과라고 반박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개별 의원들이 한 발언인 만큼, 과열됐다고 볼 수 있지만 여당이 '친일'을 의심할 만한 행동을 보인 것 아닌가"라면서 "민주당은 야당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고,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여부를 떠나 야당으로서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은 현재 행보가 국민에게 실망을 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핵심 관계자도 "공세 수위가 과열된 것이 아닌 빌미를 제공한 것은 정부여당 아닌가"라면서 "납득하지 못할 인사를 국무위원으로 임명한 것을 문제 삼아도 납득할 만한 인선 배경을 설명하지 못하고 있으니,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보면 (야당이 비판할) 개연성은 충분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가안보 전략 책자 독도 관련 내용 삭제 △2023년 한일정상회담 독도 영유권 문제 언급 의혹 △독도 부근에서 비공개 한미일 연합훈련 진행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방한에 앞서 독도 조형물 철거 등 윤석열 정부가 '친일 행적'을 의심할 만한 여지를 남겼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두 우연'이라고 말하는데, 우연도 반복되면 필연이 되는 만큼 어떻게 정부를 신뢰할 수 있겠나"면서 "윤석열 정부는 의도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는 만큼 야당이 견제해야 하는 심각한 상황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괴담이라고 치부할 문제가 아니고, 현재 괴담을 양산하는 것은 정부여당 아닌가"라면서 "우연적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하는데, 하는 것을 보면 정무적 능력과 국정 운영 능력이 전무한 것"이라고 직격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독도 지우기 의혹은 '선동'이라는 여당의 주장도 재반박했다. 한민수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노후화 문제로 보수 작업을 거쳐 새로운 독도 조형물을 설치할 것이라는 여당의 해명에 대해 "이제 와서 조형물을 재설치할 예정이었다고 말하면 일련의 독도 조형물 재보수 계획이 될 것이라고 착각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또한 '역사관 논란'이 불거진 김형석 독립기념관장과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야당의 임명 철회 촉구에도 강행한 것은 윤 대통령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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