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소룩스가 아리바이오를 대상으로 합병을 추진 중인 가운데, 아리바이오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투자자인 메리츠증권의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아리바이오의 주요 주주가 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소룩스 대표이사의 지분 전체에 대한 질권도 쥐고 있다. 합병이 성사되면 합병법인 지분을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대량으로 취득할 수 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재준 소룩스 대표이사는 지난 8일 메리츠증권과 자신의 소룩스 지분 전량(1559만8646주)를 담보로 142억원의 주식담보대출 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체결했던 160억원 주식담보대출의 만기를 9월9일로 연장하면서, 담보유지 비율을 종전 180%에서 220%로 높였다.
담보유지 비율을 높였기 때문에 소룩스 주가가 주식담보대출 계약 전일 종가(1만500원)에서 큰 폭으로 떨어지면, 메리츠증권은 반대매매를 통해 정 대표이사의 지분을 처분할 수도 있다.
소룩스 최대주주인 정 대표이사의 지분 전체에 대한 담보만이 아니다. 메리츠증권은 피합병법인인 아리바이오의 BW도 보유하고 있다. 아리바이오는 2023년 메리츠증권과 람다사모펀드를 대상으로 612억원의 사모 BW를 발행했다. 해당 BW 투자계약서에는 기술특례상장 요건이 있었고, 아리바이오가 그해 기술특례상장에 실패함에 따라 BW에 대한 기한의 이익이 상실됐다. 메리츠증권과 람다사모펀드는 BW의 조기상환을 요구할 수 있었지만, 아리바이오와의 합의를 통해 조기 상환을 포기했다.
메리츠증권과 람다사모펀드의 BW 조기상환권은 당초 2025년 3월8일로 예정됐으나, 기술특례상장이라는 특약이 있었던 것이다. 메리츠증권과 람다사모펀드는 기술특례상장을 포기하면서 대신 우회상장을 통한 행사가격 조정을 노린 것으로 추정된다.
1회차 BW의 원래 행사가격은 2만7000원이나, 합병 등에 의해 행사가격 조정이 필요하면 조정이 가능하다. 소룩스와 아리바이오의 합병에 따라 소룩스 보통주 6004만주가 추가상장되고, 합병비율에 따르면 아리바이오 주주는 소룩스 보통주 2.5주를 배정받게 된다. 발행주식수 증가에 따라 BW 행사가격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 합병이 성사되면 메리츠증권 입장에서는 낮은 행사가격으로 더 많은 합병법인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아리바이오가 기술특례 상장에 실패하면서 BW 투자자들이 우회상장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메리츠증권은 소룩스와의 합병이 성공하도록 주식담보대출도 제공한 것 같다"고 전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