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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에 탄 모자 시신 4구…남편이 독극물로 모두 살해 후 방화까지 [그해의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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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김동현 기자] 19년 전인 2005년 8월 18일. 이날 오후 11시쯤 대전시 중구 문화동의 한 한옥에서 굉음과 함께 불길이 치솟기 시작했다.

비가 내리던 날씨와 소방의 진화 작업에도 불구하고 화마가 계속 거세지던 그때, 30대 남성 장모 씨가 나타나 "안에 아내와 아이들이 있다"며 울부짖기 시작했다.

19년 전인 2005년 8월 18일. 이날 오후 11시쯤 대전시 중구 문화동의 한 한옥에서 굉음과 함께 불길이 치솟기 시작했다. [사진=YTN 방송화면 캡처]
19년 전인 2005년 8월 18일. 이날 오후 11시쯤 대전시 중구 문화동의 한 한옥에서 굉음과 함께 불길이 치솟기 시작했다. [사진=YTN 방송화면 캡처]

장 씨의 말대로 집 안에서는 30대 아내 A씨와 각각 10세, 8세, 4세였던 아들 3명의 시신이 발견됐으며 처자식 4명을 떠나보낸 장 씨는 "나만 살아서 뭐 하느냐"며 통곡했다.

화재 원인을 조사하던 경찰과 소방은 "지은 지 25년이 넘었고 최근 누전차단기가 작동되는 일이 잦았다. 비가 오면서 누전으로 인해 불이 난 것 같다"는 장 씨 진술을 토대로 전기 누전 또는 선풍기 과열을 화재 원인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그러나 장 씨 가족들의 시신이 장례 절차에 들어가기 직전, 경찰로부터 화재에 대한 정밀감정을 의뢰받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대전과학수사연구소 측은 전기로 인한 화재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하며 시신 부검을 주장했다.

19년 전인 2005년 8월 18일. 이날 오후 11시쯤 대전시 중구 문화동의 한 한옥에서 굉음과 함께 불길이 치솟기 시작했다. [사진=YTN 방송화면 캡처]
19년 전인 2005년 8월 18일. 이날 오후 11시쯤 대전시 중구 문화동의 한 한옥에서 굉음과 함께 불길이 치솟기 시작했다. [사진=YTN 방송화면 캡처]

경찰은 이를 받아들였고 부검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숨진 장 씨 아내와 첫째, 둘째 아들에게서 시안화칼륨, 흔히 말하는 '청산가리' 성분이 검출됐으며 막내아들 역시 '질식사'라는 소견이 나왔다. 이에 경찰은 수사 방향을 180도 바꿨고 원한 관계 또는 주변인 범행의 가능성을 따져보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장 씨도 용의선상에 올랐고 경찰은 장 씨의 수상한 행적들을 속속 발견한다. 우선 장 씨가 사건 발생 얼마 전 아내 A씨 명의로 총 6억원의 생명 보험에 가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어 장 씨가 사용하던 PC의 포렌식 결과, 그가 자살 사이트에서 청산가리를 구매한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은 이 같은 사실을 증거로 장 씨를 추궁했고 이내 "내가 저질렀다. 죽고 싶을 뿐"이라는 장 씨의 자백을 받아냈다.

처자식 4명을 살해한 장 씨의 범행 동기는 '내연녀와의 재결합' 때문이었다.

경찰은 이 같은 사실을 증거로 장 씨를 추궁했고 이내 "내가 저질렀다. 죽고 싶을 뿐"이라는 장 씨의 자백을 받아냈다. 사진은 경찰에 체포된 장 씨. [사진=YTN 방송화면 캡처]
경찰은 이 같은 사실을 증거로 장 씨를 추궁했고 이내 "내가 저질렀다. 죽고 싶을 뿐"이라는 장 씨의 자백을 받아냈다. 사진은 경찰에 체포된 장 씨. [사진=YTN 방송화면 캡처]

그는 고등학교 때 만난 A씨와 7년 연애 끝에 결혼했고 슬하에 아들도 여럿 뒀다. 그러던 2000년, 장 씨는 경기도 오산에 위치한 매형의 대형 슈퍼에서 일하게 되면서 이혼녀 B씨를 알게 됐고 이들은 내연 관계가 됐다.

하지만 이들의 관계는 오래가지 못했다. 장 씨는 2002년쯤, 한 음식점 청주지사를 운영하게 되며 오산을 떠났지만 해당 음식점의 운영은 실패했고 장 씨에게는 빚만 남았다. 이에 내연녀는 장 씨와의 만남을 정리했다.

이별 통보를 받은 장 씨는 대전에서 일자리를 구해 생활하던 중 아내에게 불륜 사실을 들켜 사이가 소원해졌다. 아내에게서마저 버림받은 장 씨는 더욱 내연녀에게 집착했다. 결국 그는 내연녀를 만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이 때문에 끔찍한 범행을 결심한다.

장 씨는 인터넷을 통해 자살 사이트를 알게 됐고 그곳에서 청산가리를 구매했다. 심지어 그는 햄스터에게 청산가리를 주입해 경과를 살펴보는 등 생체실험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19년 전인 2005년 8월 18일. 이날 오후 11시쯤 대전시 중구 문화동의 한 한옥에서 굉음과 함께 불길이 치솟기 시작했다. 사진은 장모 씨가 방화에 사용한 신나. [사진=YTN 방송화면 캡처]
19년 전인 2005년 8월 18일. 이날 오후 11시쯤 대전시 중구 문화동의 한 한옥에서 굉음과 함께 불길이 치솟기 시작했다. 사진은 장모 씨가 방화에 사용한 신나. [사진=YTN 방송화면 캡처]

그렇게 범행 당일 아침, 장 씨는 냉장고에 있는 물에 청산가리를 넣은 뒤 집 밖으로 나갔다. 그 사이 아내와 아들 두 명은 청산가리가 든 물을 마신 뒤 고통에 몸부림치며 쓰러졌다. 처자식 3명을 독극물로 살해한 장 씨는 이내 물을 마시지 않은 막내 아들에게 다가가 직접 목을 졸라 죽였다.

모든 가족을 죽인 그는 태연히 회사로 출근해 업무를 했다. 퇴근 후에는 집으로 돌아와 집안 곳곳에 시너를 뿌리고 방화까지 저질러 완전범죄를 시도했다. 그러고는 인근 PC방에서 게임을 하다 집으로 돌아와 "집 안에 아내와 아이들이 있다"고 울부짖으며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척 연기했다.

범행 계획, 독극물 구입, 생체 실험, 화재로 몰고 가기 위한 날씨 조사 등 장 씨는 다방면으로 잔혹한 완전범죄를 꿈꿨다. 그러나 부검과 법의학 앞에 그 악랄한 실체가 드러나게 됐다.

 장 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사진은 대전지법·대전고법 입구. [사진=뉴시스]
장 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사진은 대전지법·대전고법 입구. [사진=뉴시스]

살인, 사체 손괴, 일반건조물 방화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장 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검찰 측은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고 대전고등법원은 "피고인에게는 법이 허용하는 가장 엄한 처벌이 마땅하다"며 장 씨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그리고 같은 해 대법원 역시 2심 판결을 확정했다.

장 씨는 현재까지 사형수를 뜻하는 '빨간 이름표'를 달고 수감 생활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동현 기자(rlaehd3657@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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