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여야가 모처럼 '민생 이슈' 논의에 머리를 맞댔다. 5월 임기를 시작한 22대 국회가 석달째 '정쟁'을 벌이며 민생 법안 처리는 손을 놓은 상황에서 8월 국회가 제 역할을 다할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 5일 최고위원회 내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민생경제 법안 8월 임시회 내 우선처리 제안' 발언으로 불을 당긴 '민생국회' 움직임은 7일 더욱 구체화됐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여야정협의체' 설치를 위해 8일 오전 실무 협상을 하기로 했다. 해당 협의체에서는 처리가 시급한 민생법안인 △간호법 △인구전략기획부 신설법 △K-칩스법 △전세사기피해자지원특별법 △화물 표준운임제법 △국가기간전력망확충특별법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고준위방폐장특별법 △스토킹교제폭력방지법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채상병 특검법·방송 4법·노란봉투법' 등으로 22대 국회 개원 이후 줄곧 '강대강' 대치를 이어온 양당이 별다른 계기 없이 대화 채널을 재가동한 데는, 점점 어려워지는 민생 경제 여건 속 '국회의 역할 부재'가 이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22대 국회에서 정부가 공포까지 마쳐 입법 절차가 완료된 법안은 단 한 건도 없다. 22대 국회 시작일인 지난 5월 30일 새벽부터 여야 의원실 관계자들이 국회 의안과 앞에서 진을 치고 '1호 법안' 경쟁을 하던 것과는 대조적인 그림이라는 평가다.
이날 오후 기준으로 2531건의 법안이 상임위원회에 계류돼있지만 여야는 이 중 어떤 법안도 합의 처리를 위한 구체적 일정을 계획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한 의원실 관계자는 기자에게 "통상 상임위 소위에서는 여야가 위원들이 법안 처리를 위해 의견 교환을 어느 정도 하는데, 이번에는 그조차도 쉽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일단 양당 원내지도부가 민생 법안 처리를 위한 구체적 행동에 착수한 만큼 '일하는 국회' 물꼬가 트였다는 말이 나오지만 변수는 여전히 존재한다. 양당 지도부는 민생 관련 '실무자급 만남'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대를 이뤘지만, '대통령·대표 등 최고위급이 나와달라'는 서로의 제안에는 한 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추 원내대표는 오전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권한대행의 '영수회담' 제안에 "직무대행 대표가 짧은 기간 직을 수행하면서 영수회담을 상대 당 대통령에게 질문한 적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박 권한대행 역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금투세(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공개 토론' 제안에 "(물가가 고공행진 중인데) 이 상황에서 금투세를 거론하는 것은 시선을 다른 쪽으로 돌리자는 것"이라고 사실상 제안을 거절했다.
민주당이 국민의힘이 '정쟁법안'이라고 이름 붙인 '채상병 특검법'을 다시 들고 나온 것도 판을 언제든지 뒤엎을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여당 내부에서 '제3자 추천 특검법' 속도조절론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한 대표가 이야기한 '제3자 추천 특검'이 '범죄은폐용 시간 끌기'임이 분명해지고 있다"며 내일(8일) 일부 내용을 수정해 재발의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에 대해 한 대표는 "민주당이 특검이란 제도를 타락시켰다고 생각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지금 국회가 '법안 처리'라는 제 역할을 하는 것을 갖고 관심을 받는 상황이 이상한 것"이라며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 자영업자 지원 등 이미 민생 법안 처리가 많이 늦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야가 싸울 때는 싸우더라도 할 일은 했던 것이 '정상이었던 시절' 국회의 관례"라고 덧붙였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시급한 민생 문제에 대한 여야 협의가 개시된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민생 법안 처리가) 잘 될 수 있을지 여부는 더 지켜볼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야 간 의견 차가 좁아도 어찌 됐든 '합의'가 필요한데, 여당의 경우는 한동훈 대표가 야당과의 협상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설득까지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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