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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보다 높은 수익"…전통제약사들 CDMO '출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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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유한·녹십자·대웅·종근당 등 관련 시설 증축·MOU 활발
업계 "CDMO 시장 급성장세···2029년 글로벌 60조원 전망"

[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의약품 위탁생산개발(CDMO)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국내 전통 제약사들이 생산능력을 확장하는 등 CDMO 사업 몸집을 불리고 있다. 그간 신약 개발에 중점으로 뒀으나, CDMO 사업은 신약 개발보다 위험 부담이 적고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어 이를 통해 실적 개선뿐만 아니라 신약 개발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8일 제약 업계에 따르면 삼성·롯데·SK 그룹 등 대기업들이 최근 바이오 사업 강화를 위해 기업 지분 인수나 바이오공장 신설·증축하는 등 CDMO 분야 규모를 활발히 확대하고 있다. 이는 CDMO 사업이 매출 측면에서 신약 개발보다 시간 투자 대비 더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고, 위험 부담이 적으며 시장 규모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한국바이오협회가 발간한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CDMO 시장 현황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바이오의약품 CDMO 시장 매출은 196억8000만달러(한화 약 27조원)였으며, 오는 2029년에는 438억5000만달러(약 60조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관측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픽사베이]

이에 따라 여러 전통 제약사가 적극적으로 CDMO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선 한미약품은 CDMO 기지를 경기 평택 바이오플랜트로 삼고, 보편적인 생산 방식인 동물세포 배양이 아닌 미생물 배양 공정을 전문화했다. 평택 바이오플랜트는 최대 1만2500리터(ℓ) 규모의 배양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전문 인력과 시스템을 갖췄다. 완제의약품 기준으로 연간 2000만개 이상의 사전 충전형(프리필드 시린지) 주사기를 제조할 수 있는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한미약품이 CDMO 사업에 뛰어든 계기는 회사가 자체 개발한 호중구감소증 신약 '롤론티스(성분명 에플라페그라스팀)'가 지난해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으면서다. 또한 이 롤론티스를 생산하는 평택 바이오플랜트가 허가 과정에서 FDA의 cGMP(우수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 시설 인증을 받으며 CDMO 사업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롤론티스는 33호 국산 신약으로 미국에서는 '롤베돈'이라 불린다.

유한양행의 경우, 100% 자회사인 유한화학과의 협력을 통해 화학합성의약품의 핵심 원료(API) CDMO 사업을 확장 중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총 생산능력 70만ℓ 규모의 cGMP 시설을 확대했고, 현재는 화성공장에 API 생산 시설을 증설하고 있다. 오는 12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후 시운전 등 절차를 거쳐 내년 3월부터 본격적으로 상업 생산에 들어가겠다는 구상이다.

유한양행의 CDMO 연매출은 2000~3000억원 상당에 달한다. CDMO 분야에 체계가 갖춰져 있는 만큼 글로벌 파트너십을 추가로 유치해 회사의 신규 매출 증대를 노리고 있다. 특히 유한화학은 대형 제약사 길리어드사이언스가 개발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의약품 '선렌카(성분명 레나카파비르)'의 API 공급사로 알려졌다. 선렌카는 2022년 FDA로부터 허가받은 뒤 현재 HIV 예방 목적으로 임상3상을 진행 중인데, 향후 선렌카가 추가 적응증을 확보한다면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GC녹십자는 계열사 지씨셀을 통해 세포 치료제 기반 CDMO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지씨셀은 국내에서 17년 동안 자사의 자가 면역세포치료제인 '이뮨셀엘씨주'를 생산·공급한 이력이 있다. 이런 강점을 바탕으로 CDMO 분야에서 경쟁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지난달 초에는 유씨아이테라퓨틱스와 'CAR-NK' CDMO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CAR-NK는 암세포에 특이적으로 반응하는 CAR(키메라 항원 수용체)와 NK(자연살해) 세포를 결합한 차세대 면역 항암 세포 치료제를 의미한다.

대웅제약과 종근당도 마찬가지로 자회사를 통해 CDMO 사업에 진출한다. 대웅제약은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 확보를 위해 1460억원 상당을 투입해 지난해 3월 대웅바이오 바이오공장을 착공, 올해 3분기 준공을 앞두고 있다. 대웅제약은 우선 미생물 기반 유전자재조합의약품 위탁생산(CMO) 사업에 집중한 뒤 이를 넘어 CDMO 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한다. 공장이 완공되면 관계사의 제품을 해당 공장으로 이전시킬 계획이다.

종근당은 항암제 위주 CDMO 사업을 정조준하고 있다. 자회사 경보제약은 지난해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와 관련 공동개발·생산 업무협약을 맺었는데, 이 회사는 항체약물접합체(Antibody-drug conjugates·이하 ADC) 기술을 개발해 업계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는다. ADC란 암세포를 탐색하는 항체(Antibody)에 특정 암세포의 항원 단백질을 공격하는 독성약물(drug)인 페이로드를 링커(Conjugation)로 연결하는 차세대 플랫폼 기술이다.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기준 총 17개 ADC 파이프라인을 구축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후보물질을 확보한 바 있다. 이외에도 경보제약은 위탁개발·분석(CDAO) 전문 기업인 프로티움사이언스, 항암제 개발 기업 파로스젠과 MOU를 맺었다.

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은 전통 제약사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다만 투입 비용이 최소 수 천억원에 이른다는 점, 개발 시간도 운이 좋아야 최소 10년이 걸리고, 성공률도 9% 안팎에 머물러 리스크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CDMO 사업은 신약 개발에 비해 부담이 적고 바이오의약품은 고가이기 때문에 마진율이 높다"며 "이런 수익성을 바탕으로 전통 제약사들은 실적 개선뿐만 아니라 신약 개발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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