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 공사비 상승세 속에 수익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정비사업 조합원들의 분란이 확산되며 조합장 해임을 추진하는 사업장이 늘어나고 있다. 집행부 공백이 장기화하며 사업이 표류하는 현장도 속출하는 모습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부산 수영구 광안2구역 조합은 오는 27일 임시총회를 열고 조합장과 이사 4명 해임을 추진할 예정이다. 해임을 추진하는 조합원 측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비례율이 낮아진 책임이 조합장에게 있다고 주장하면서 조합장을 해임한 후 시공사와 일부 사안에 대해 재협상에 나설 계획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은행주공아파트 재건축 사업 조합은 지난 23일 임시총회에서 조합장 연임을 안건으로 내걸었지만 조합원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받지 못해 부결됐다. 시공사인 GS건설·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과 공사비 갈등 끝에 지난 4월 시공 계약을 해지한 조합은 8월 시공사 입찰을 계획하고 있는데 조합 내 갈등으로 사업추진에 비상이 걸렸다.
이들 사업장처럼 조합장을 해임하는 조합이 속출하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와 원자재 가격·인건비 상승 여파로 당초보다 공사비를 높여 재계약하게 되는 경우, 조합원 부담은 커지는 반면 수익은 줄어들면서 사업을 총괄하는 조합장을 향한 불만이 팽배해지면서다. 서울 대부분 지역은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면서 분양가 책정에 대한 부담이 다소 줄었지만 그 외 지역에서는 여전히 부동산 경기 한파가 이어지고 있는 점도 조합 내 갈등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조사한 지난 5월 주거용 건물 건설공사비지수(잠정)는 129.09로 지난해 같은 기간(126.49)보다 2.6포인트 올랐다. 4년 전과 비교하면 29.68포인트 급등하며 공사비 상승세가 이어졌다. 지수는 2020년을 기준(100)으로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각종 비용의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지표다.
문제는 조합장이 해임된 후에도 사업을 속행하지 못하는 현장이 적잖다는 점이다.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평촌 트리지아의 경우 입주를 앞두고 조합원 분담금이 떨어지자 조합장을 해임했다. 하지만 조합 업무를 대신 수행할 대행자를 선출하지 못하면서 8월 1일 예정됐던 입주가 연기됐다.
서울시 노원구 월계동 월계동신아파트는 공사비 증액 관련 내분이 발생하며 조합장을 해임했다. 하지만 해임 직후 전 조합장이 법원에 해임무효 소를 신청하면서 조합 내 갈등은 소송전으로 번졌다. 이에 더해 27일 정기총회 개최를 두고 조합 내 찬반여론이 갈리면서 사업 표류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조합 내 갈등에 사업을 추진하는 시공사는 눈치만 보고 있다. 사업이 중단될 경우 추가 공사비가 발생하는 등 양측의 부담이 커지지만 시공사는 조합 내부 사안에 관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의 경우도 조합장이 해임돼 조합 업무가 마비되면서 공사비 협상을 하지 못한 시공사가 공사를 중단하며 약 5개월간 중단되기도 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지자체로부터 분양과 준공 등 승인을 받고 공사 관련 협의를 위해서는 조합을 대표하는 집행부를 갖춰야 한다"면서 "조합장이 해임된 후 빠르게 직무 대행이 선임되거나 집행부가 선출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시공사가 공사비를 받지 못하는 등 뜻하지 않은 피해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조합장 해임으로 조합 업무에 지장이 발생하는 경우가 속출하면서 국토교통부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에 나서는 등 대응 마련에 나섰다.
개정안에는 조합장 등 조합임원 부재가 장기화할 경우 지자체가 선출하는 전문조합관리인의 선임 요건을 조합 임원 6개월 이상 부재에서 2개월로 완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선임된 전문조합관리인은 3년간 임기를 수행하며 총회를 소집하는 등 조합 운영 권한을 가진다.
/이수현 기자(jwdo9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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