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 "건설업계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완전한 폐지를 원하는게 아닙니다. 명확하지 않은 규정을 개정해 현실적으로 법을 지킬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달라는 의미입니다."
대한전문건설협회가 8일 서울 동작구 전문건설회관에서 가진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초청 간담회에서 윤학수 회장은 이렇게 운을 뗐다. 법안의 취지를 존중하더라도 시행할 수 있는 여건이 제대로 갖춰져야 한다는 얘기다.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업계를 중심으로 일부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는 의견도 전달했다.
윤 회장은 "건설업계는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금 경색으로 미분양이 속출하고 인허가와 착공 물량 감소, 고물가와 고금리에 따른 유동성 위기로 경영 위기에 몰려있다"면서 "건설업계의 건의사항이 경영 정상화와 불합리한 규제 해소로 이어질 수 있도록 끊임없는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날 전문건설협회는 50인 미만 사업장 대상 중대재해처벌법 한시적 유예와 5인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가릴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2022년 근로자 50인 이상 기업에 우선 적용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올해 1월 27일부터 50인 미만~5인 이상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되고 있다. 이에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소규모 사업장의 법 적용이 어렵다고 주장하며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를 요청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 또한 중소기업 유예를 2년 추가 연장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대한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협회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을 한시적으로 유예해달라는 입장"이라면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경영자와 근로자 등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가릴 수 있도록 불명확한 법령에 대한 개정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인력 수급을 위한 비자 다각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현재는 외국인 근로자가 현장에서 근무하기 위해 비전문취업(E-9) 비자와 방문취업(H-2)비자 등을 받아야 한다. 다만 대한전문건설협회는 해당 비자가 기간이 정해진 탓에 숙련된 인력이 현장에서 일할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외국인 근로자가 받을 수 있는 비자 종류를 늘리는 등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밖에도 대한전문건설협회는 △장애인 고용부담금 개선 △퇴직공제제도 개선 등을 고용노동부에 건의했다.
이 같은 목소리에 이정식 장관은 "전문건설업계에서 건의해 주신 애로사항이 해결될 수 있도록 면밀히 살펴보겠다"면서 "앞으로도 업계와 적극 소통하며 관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고용노동부는 정부가 추진 중인 주요 정책사항을 공유했고 대한전문건설협회는 노사 상생과 준법 노력을 다지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결의문에는 △안전하고 건강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산업안전보건 확보 △건설현장 내 상생과 신뢰의 문화 구축과 공정한 산업 생태계 조성 △법질서 확립 노력 등 내용이 담겼다.
/이수현 기자(jwdo9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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