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의 '이커머스 구하기'…지마켓·SSG닷컴 수장 교체

[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취임 100일을 맞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꺼낸 카드는 인적 쇄신이었다. 이 선택이 적자에 허덕이는 이커머스 사업에 변화를 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신세계는 19일 이커머스 계열사인 지마켓과 SSG닷컴의 수장을 교체했다. 지마켓 새 대표로는 정형권 전 알리바바코리아 총괄을 낙점했고, 최훈학 전무가 SSG닷컴의 신임 대표로 내정됐다. 지마켓을 이끌었던 전항일 전 대표와 SSG닷컴을 지휘했던 이인영 대표는 2선으로 물러나 자문 역할을 맡는다.

이커머스 사업의 만성 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선택이다. 지마켓은 신세계에 인수된 이래 2년 연속 영업이익 적자를 봤다. 올해 1분기까지 포함하면 누적 손실액은 1000억원을 넘는다.

SSG닷컴도 2018년 법인 설립 이래 지난해까지 5년간 매년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누적 손실만 4500억원이 넘는다. 지난해에는 출범 후 처음으로 매출이 감소하는 등 좀처럼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11월 경영전략실을 개편하면서 그룹 전반적인 혁신과 함께 철저한 성과 중심의 인사 시스템을 구축했던 신세계는 더 나아가 이커머스 사업의 경쟁력 확보에 주력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효율화 작업에 나섰다.

지난 5일 CJ그룹과 맺은 업무협약(MOU)이 대표적이다. 신세계는 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물류 역량만으로 치열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본업인 유통에 집중하고 물류에 강점이 있는 CJ대한통운과 협업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우겠다는 계산이다.

물류 시스템을 정비한 신세계는 이커머스 부문 임원 교체를 단행하며 변화에 속도를 높였다.

지마켓을 이끌 정 신임 대표는 알리바바코리아 총괄 겸 알리페이 유럽/중동/코리아 대표를 지냈다. 골드만삭스, 크레딧스위스 등에서 근무했으며 쿠팡에서 재무 임원으로도 근무했다.

신세계는 정 신임 대표가 투자, 이커머스 및 핀테크 업계를 두루 거친 재무 전문가로서 새로운 리더십 구현을 통해 지마켓 체질 개선에 적임자라 판단했다. 또한 최근 몇 년간 순혈주의를 지워가던 신세계의 움직임에 부합하는 인사라는 평가도 따른다.

최 신임 SSG닷컴 대표는 공채로 이마트에 입사해 경영전략실을 거쳐 마케팅과 관련된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했다. 그리고 지난해 9월 SSG닷컴으로 자리를 옮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로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어려움을 겪었을 때도 자사브랜드(PB) 피코크와 노브랜드 라인업을 강화하며 위기를 돌파에 앞장선 인물로 알려졌다.

신세계는 "이번 리더십 변화는 신세계그룹이 추진해온 이커머스 혁신 토대의 완성"이라며 "이커머스가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