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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위기인데"…경기 회복 찬물 끼얹는 대기업 노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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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단협 시즌 열리자 곳곳서 노사 파열음…대규모 노조 '하투' 예고
삼성전자 이어 현대차도 교섭 '결렬'… 포스코·HD현대重 등 신경전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와 그에 따른 실적 부진, 하반기에도 여전한 대외 불확실성 등 '복합 위기'를 맞은 국내 대기업들이 '노조 리스크'라는 복병을 맞았다. 올해 임금단체협상 시즌이 본격화한 가운데 곳곳에서 노사간 파열음이 커지고 있어 산업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달 23일 현대차 노사가 울산공장 본관 동행룸에서 올해 임금협상 상견례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사측과 8차례 올해 임단협 교섭을 진행했지만, 지난 13일 결국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 준비 수순에 들어갔다. 현대차 사측은 노조에 기본급 10만1000원 인상, 경영성과금 350%+1450만원, 글로벌 누적 판매 1억 대 달성 기념 품질향상격려금 100%와 주식 20주 지급 등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이 제시안이 조합원의 기대에 못 미친다며 교섭장에서 퇴장했다. 노조는 앞서 △기본급 15만90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전년도 순이익 30%를 성과급 지급 △상여금 900% 인상, 금요일 4시간 근무제 도입 △연령별 국민연금 수급과 연계한 정년 연장(최장 64세) 등을 회사에 요구했다.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행위 조정을 신청하고 오는 20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쟁의발생을 결의하고 파업 방향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24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 투표를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노조가 실제 파업에 돌입하면 현대차는 6년 만에 파업을 맞는다. 현대차는 국내 최대 제조기업인 만큼, 노조의 향후 행보는 삼성전자의 파업과 맞물려 올해 산업계 전반에 큰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

삼성전자 역시 노조중 하나인 전삼노가 사상 첫 파업을 선언하는 등 노사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노사는 지난 1월부터 교섭을 진행했지만, 임금과 성과급 제도 등을 두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전삼노는 지난 7일 첫 연가 투쟁을 실시했다.

지난 13일 삼성전자 노사가 다시 대화를 재개하며 중노위의 사후 조정을 받기로 했다. 사후조정은 조정이 종료된 뒤 노동쟁의 해결을 위해 노사 동의하에 다시 실시하는 것으로, 중노위가 중재자 역할을 맡아 교섭을 진행한다. 노사 양측은 갈등 해소와 교섭 타결에 성실히 임한다는 입장이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노조는 "이번 사후 조정에서도 합의가 되지 않는다면 조합에서는 더 큰 투쟁으로 갈 것"이라고 여전히 엄포를 놓고 있다.

지난해 파업 직전까지 갔던 포스코도 이달 임단협을 앞두고 있다. 포스코 노조는 올해 임단협 초기 요구안에 '직원 본인과 가족에게 연 1억원의 의료비 지원'을 담는 등 사측에 강도 높은 처우 개선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본급도 전년 대비 8% 이상 인상하는 안을 사측에 제안하겠다는 입장이다.

포스코 노조는 이와 별개로 상여금을 통상임금 포함해야 한다는 취지로 오는 7월께 회사를 상대로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최근 약 7000명에 달하는 조합원으로부터 소송 관련 위임장을 확보했다. 포스코 노사는 이러한 갈등 사항을 포함해 올해 가을 본격적으로 교섭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HD현대중공업도 올해 임단협 교섭 상견례를 갖고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갔지만, 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협상 시작 전부터 노사가 근로시간면제제도(타임오프제)와 안면인식기 설치 등에 대한 견해차로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다. 노조는 △기본급 15만9800원 정액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임금피크제 폐기 △성과급 산출기준 변경 △보철 치료비 지원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국민연금 수령 나이인 최대 만 65세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 노조들이 올해 임단협에서 저마다 강경한 입장을 내비치고 사측과의 갈등이 고조되는 양상을 보이며, 복합 위기 속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기업들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시기) 현상과 심화되는 가격 경쟁,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등에 따른 경쟁력 저하 우려는 여전히 위기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생존 경쟁이 치열해지는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선도적 지위를 이어 나가기 위한 전략 모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DS) 부문에서 15조원에 육박하는 사상 최대 적자를 내는 등 그 어느 때보다 위기감이 고조된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인공지능(AI) 시장 확대로 급성장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과 같은 차세대 메모리 기술 개발과 시장 선점에 있어 경쟁사에 주도권을 뺏기는 등 '메모리 1위'의 자존심이 많이 구겨졌다. 이례적인 '원포인트' 인사로 전영현 부회장을 반도체 부문의 구원투수로 등판시킨 것도 분위기 일신을 통한 반전을 모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그룹은 전 계열사 임원의 주말 출근을 지시하면서 임원 주 6일 근무 체제에 돌입하기도 했다.

철강업계 최초 격주 주 4일 근무제 도입했던 포스코는 글로벌 경기 둔화 등으로 철강 업황이 악화하자 임원들에게 주 5일 근무제 전환을 공지했다. 포스코그룹은 포스코홀딩스를 비롯한 그룹 주요 계열사에 '클로백'도 도입했다. 클로백은 '발톱으로 긁어 가져온다'는 의미로 회사가 임직원에게 줬던 성과급을 환수하는 제도다. 국내에서 금융회사가 아닌 기업이 클로백을 도입한 건 포스코홀딩스가 처음이다.

이같은 변화는 철강업계 위기에 따른 비상 경영의 하나로 풀이된다. 포스코그룹 주력 사업인 철강을 담당하는 포스코의 지난해 매출은 38조9720억원으로, 2021년(39조9200억원)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2년 새 6조6500억원에서 2조830억원으로 약 68.7% 감소하며 3분의 1토막 났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도 16.7%에서 5.3%로 급감했다.

여기에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조도 다음 달 '총파업'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하투(夏鬪)' 리스크도 고조되고 있다. 금속노조에는 강성으로 분류되는 자동차와 조선 노조가 포함된다. 금속노조가 22대 국회 출범과 함께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처리 등을 요구하는 가운데, 산하 소속 노조의 임단협 교섭 등과 맞물려 총파업에 나설 경우, 자동차와 조선 산업을 중심으로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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