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많은 항생제를 무력화할 수 있는 효소가 남극에도 있었다. 극지연구소는 관련 연구 결과를 내놓은 뒤 신규 항생제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극지연구소(소장 신형철)는 다수의 항생제를 무력화시키는 효소를 발견하고, 이 효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규명했다고 14일 발표했다.
극지연구소 이준혁 박사 연구팀과 이화여대 공동연구팀은 2020년부터 약 3년 동안 연구를 통해 미생물 스테노트로포모나스 종(Stenotrophomonas sp.)에서 항생제를 억제하는 효소 CESS-1을 찾아냈다.
스테노트로포모나스 종은 전 세계에 넓게 분포된 미생물이다. 2012년 남극에서도 발견됐다. 최근에는 병원, 보건소 등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됐다.
CESS-1은 페니실린이 속한 계열(β-lactam 계열)의 여러 항생제를 무력화할 수 있어서 위험성이 크다. 페니실린은 1928년 인류가 발견한 최초의 항생제이자 역사상 자주 사용한 항생제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CESS-1 효소의 구조, 활성 조건을 확인해 페니실린을 비롯한 5종의 항생제와 반응하는 작동원리를 찾아냈다. 중이염, 기관지염 등에 다양하게 쓰이는 ‘cefaclor’ 항생제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다. 효소와 항생제 사이 결합 부위의 독특한 구조적 특징 때문으로 분석됐다.
항생제 내성 작동원리에 관한 연구는 내성을 극복할 수 있는 신규 항생제 개발을 위한 기초 작업이다. 사회ㆍ경제적으로 막대한 가치를 갖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항생제 내성 질환으로 매년 약 70만명이 사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문제가 계속할 경우 2050년에는 그 수가 연간 1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연구 결과는 ‘International Journal of Antimicrobial Agents’ 저널 2024년 4월에 발표됐다.
이준혁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남극 생태계는 춥고 고립된 환경에서 독자적인 진화를 거듭하면서 인류에게 유익한 생명자원을 품게 됐다”며 “남극에도 있는, 남극에만 있는 자연의 지혜를 배우고 활용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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