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에서 편의점 업계 최초로 노동조합(노조)이 정식 출범한다. 지난 4월 일부 직원들이 모여 노조 설립을 추진한 지 54일 만인 12일이 발족일이다.
11일 편의점 업계 등에 따르면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BGF리테일지부' 설립총회가 12일 예정돼 있다. 설립총회는 노조의 출범을 알리는 공식 첫걸음이다. 이날 지부 운영 규정 제정의 건과 지부 초대 임원 선출의 건에 대한 모바일 찬반 투표가 이뤄진다. 현재 지부장과 사무국장이 초대 임원으로 입후보한 상태다.
앞서 노조 설립을 원하는 직원들은 익명 대화방에 모여 대표를 정하고, 4월 19일부터 노조원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노조 측은 우선 민주노총 전국사무금융서비스 노조에 가입한 후 BGF리테일 지부를 설립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노조 가입원들은 직급에 따라 매월 2만~4만원의 조합비를 납부하게 된다. 현재 수백명이 가입한 상태인데 정확한 인원은 설립총회 이후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CU는 점포 수와 영업이익 측면에서 편의점 업계 1위다. 최근 점포 수 1만8000개를 돌파하며 매출 1위 GS25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BGF리테일에서는 지난 2020년에도 두차례에 걸쳐 노조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설립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편의점 업계 특성상 영업직군이 많아 규합이 어렵다는 점이 장애물로 작용했다. 당시 이건준 대표이사가 영업부를 돌면서 직원들에게 업무 부담 감소와 처우 보상 등에 대해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복지와 성과급이 줄고 업무 부담이 가중되면서 불만을 가진 직원들이 노조 설립에 앞장선 것으로 알려졌다.
BGF리테일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냈음에도 올해 성과급 규모를 전년 대비 30%가량 줄였다. BGF리테일의 지난해 매출은 8조2000억원, 영업이익 2532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2022년 대비 7.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0.3% 늘었다. 당기순이익도 1958억원으로 전년 대비 1.2%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홍석조 회장을 비롯해 장남 홍정국 부회장, 차남 홍정혁 사장의 배당금이 늘어났다. 직원들이 노조 가입에 적극적으로 나선 계기가 됐다는 해석들이 나왔다. 실제 BGF리테일 일부 직원들은 지난 2월 말 본사 앞에서 트럭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후 사측은 사흘의 유급휴가 제도 신설과 복지포인트 상향을 제시하며 달래기에 나선 바 있다.
노조는 향후 직원들의 권익 향상과 복지를 향해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가 공식 설립되는 12일 이후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BGF리테일 본사에서는 지난 4월 말 노조 대응을 위한 ER(Employee Relations) 팀을 신설하며 대응에 나선 상태다. ER팀장은 노무사로 입사한 직원이 맡았고, 다른 팀원들도 노무사 자격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ER팀은 통상적으로 노사 관계를 조정하고, 노동법 준수 및 직원 불만 처리 및 고충 상담을 담당한다. BGF리테일 ER팀 역시 노조와의 협의를 진행하며 노사관계 개선을 위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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