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소주를 포함한 모든 주종의 '잔술' 판매가 본격적으로 허용됐다. 하지만 주류업계는 쾌재를 부르기보다는 관망세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새로운 타깃을 공략할 시장이 열린 건 사실이나 관련 투자를 집행하기엔 시기상조란 판단에서다.
9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부터 '주류 면허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됐다. 이번 개정안은 주류 판매업 면허 취소 예외 사유에 '주류를 술잔 등 빈 용기에 나누어 담아 판매하는 경우'를 명시한 것이 핵심이다.
개정안 이전에도 잔술 판매가 아예 불법은 아니었다. 주류에 탄산을 섞거나 맥주를 빈 용기에 담는 행위는 임의가공·조작의 예외로 둬, 칵테일과 생맥주의 경우 잔술 판매가 원칙적으로 가능했다. 다만 그 외의 주종은 이 내용이 명시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아 시장의 혼란이 컸다. 물론 국세청 기본통칙에 잔술을 불법 행위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겨 이전에도 잔술 판매가 엄밀히 불법은 아니었으나, 이번 개정안을 통해 근거 법령이 명확해진 셈이다.
잔술은 국내에서 아주 낯선 문화는 아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포장마차 등지에서 잔술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다 주류 문화가 달라지며 점차 자취를 감췄다. 일각에서는 이번 개정안 시행으로 잊혔던 잔술 문화가 부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장기화된 고물가 시대와 더불어 술을 가볍게 즐기는 문화가 확산하며 잔술 판매를 반기는 소비자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주류업계는 당분간 별다른 움직임 없이 시장 상황을 유심히 지켜볼 계획이다. 시장 활성화 여부에 대한 의문부호 탓이다. 잔술 판매의 법적 근거가 명확해졌지만, 외식업자들이 무조건 잔술을 팔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개별 업장의 판단에 따라 잔술을 팔아도, 팔지 않아도 되는데, 현재까지 대다수 자영업자들이 잔술 판매를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봉한 술의 보관 문제, 남은 술의 재사용 문제, 상대적으로 떨어질 손님 회전율 문제 등 우려되는 요인이 적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서울 강북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A씨는 "잔술 판매가 허용됐다는 이야기는 들었으나, 판매를 고려하진 않고 있다. 남은 술 관리도 어렵고 찾는 손님이 많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잔술 시장을 제대로 공략하려면 대용량, 소용량 등 잔술용 제품을 출시해야 하는데 수지타산이 맞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지금 거론되는 위생, 남는 술 등의 문제 해결하려면 주류업체들이 잔술용 소형 제품이나 현재 생맥주처럼 관리할 수 있는 대용량 제품 등을 팔아야 할 텐데, 시장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가령 희석식 소주의 경우 지금도 마진율이 상당히 낮은 편인데 잔술용 소형 제품이 나오면 더 남는 게 없다"며 "잔술이 유의미한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지 않을까 싶다. 결국 소비자 니즈를 따라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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