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성폭행' 피해자 측 반박…"가해자 44명 공개 동의한 적 없다"

[아이뉴스24 김효진 기자] 한 유튜브 채널이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의 신상 정보를 연이어 공개하고 있는 가운데, 피해자 측에서 동의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6일 밀양 성폭행 사건 피해자 지원단체 중 하나인 한국성폭력상담소는 "피해자 측은 (유튜브 채널) '나락 보관소'가 '밀양 집단 성폭력 사건'에 대해 첫 영상을 게시하기 전까지 해당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고 사전 동의를 질문받은 바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 측은 영상이 업로드된 후 6월 3일 영상 삭제 요청을 했다"며 "44명 모두 공개하는 방향에 동의한 바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나락보관소는 채널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해 '피해자 가족 측과 직접 메일로 대화를 나눴고 (가해자) 44명 모두 공개하는 쪽으로 대화가 마무리된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피해자 측은 피해자의 일상회복, 피해자의 의사존중과 거리가 먼 갑자기 등장한 일방적 영상업로드와 조회수 경주에 당황스러움과 우려를 표한다"며 "나락보관소는 피해자 가족이 동의했다는 공지를 삭제 정정하고, 오인되는 상황을 즉시 바로 잡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후 나락보관소에는 관련 내용이 삭제되고 '밀양 사건에 대해 제보를 망설이고 있는 분들 있으면 절대 망설이지 마세요'라는 공지만 남아있다.

이 유튜브 채널은 지난 1일부터 밀양 사건의 가해자들을 잇달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주동자로 지목된 A씨는 친척이 운영하는 유명 맛집에서 근무했고, B씨는 외제차 전시장에서 근무했다. 영상 공개 이후 두 사람이 일하던 직장에도 불똥이 튀었고, 두 사람은 현재 모두 해고된 것으로 파악됐다.

공공기관이 아닌 유튜버가 범죄자의 신상 정보를 폭로하는 '사적 제재'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나락보관소는 애꿎은 시민을 가해자의 여자친구로 지목해 무고한 피해자를 만들기도 했다.

이에 나락보관소는 5일 오후 '제가 올린 글로 인해 네일샵 사장님이 공격을 받으셨다'며 '제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 욕하시면 달게 받겠다. 네일숍 사장님에 대한 공격을 멈춰달라'고 공지문을 올렸다. 그러면서 이날 4번째 가해자 신상을 추가 공개했다.

한편 밀양 성폭행 사건은 2004년 경남 밀양에서 고등학생 44명이 여자 중학생 1명을 온라인 채팅으로 유인해 1년간 집단으로 성폭행한 사건이다.

당시 검찰은 성폭행에 직접 가담한 가해자 10명을 기소했고, 기소된 이들은 보호관찰 처분 등을 받았다. 20명은 소년보호시설로 보냈다. 나머지 14명은 합의로 공소권 상실 처리됐다. 44명 중 단 한 명도 처벌을 받지 않아 전과 기록이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