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국토교통부와 전문가들이 전세 사기 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또다시 쏟아냈다. '선(先)구제 후(後)회수'방안의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개정안이 28일 국회에서 통과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상황이어서 법안이 통과될 경우 시행을 앞두고 혼선이나 갈등이 극심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규철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부동산원 강남지사에서 국토부 주재로 열린 '전세 사기 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종합 토론회'에서 모두 발언을 통해 "'선 구제, 후 회수' 방식으로 피해자 지원을 하겠다는 취지는 좋고 적정한 용도로 활용할 있다면 최고의 지원책이 될 수 있는 정책"이라면서도 "청약을 위해 맡겨둔 주택도시기금으로 지원 해주겠다는 구조는 기금의 목적과 맞지 않고 다른 국민들이 피해를 볼 수 있어 문제 의식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채권 가치 평가의 절차나 방법도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았다"며 "특별법이 공포되면 한 달 만에 시행되도록 돼 있어 예산, 조직 문제도 전혀 뒷받침할 수 없는 법안이어서 저희가 문제 제기를 많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실장은 "이날 논의 결과를 추가로 고려해서 정부도 조속한 시일 내에 별도로 대안을 발표하겠다"고도 했다.
현재 '선 구제 후 회수'를 골자로 하는 전세 사기 특별법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은 이달 말 종료하는 21대 국회 회기 때까지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토론회는 국토부 등 관계 기관이 세 번째 개최한 것으로, 정부와 전문가들은 '개정안 반대' 의견을 확실히 했다. 앞서 국토부 산하 국토연구원 주재로 지난달 24일 토론회가 개최됐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같은 달 30일에 토론회를 갖고 선 구제 후 회수 방식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했다.
'선 구제 후 회수' 방안은 HUG 등 공공기관이 전세 사기 피해자의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을 매수해 보증금을 먼저 돌려주고, 이후 기관이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해 돌려받는 방안이다. 채권은 공정한 가치 평가를 통해 매입하되, 최저 매입 가격은 최우선변제금을 기준으로 한다. 이때 필요한 재원은 주택도시기금으로 활용하며, 채권 매입 과정 등 주요 절차를 HUG에서 맡는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3일 개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밝히며 ‘전세사기 피해자 주거안정 강화방안’ 발표를 잠정 보류했다.
이장원 국토교통부 피해지원총괄과장은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28일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예고했다"며 "본회의까지 개정안이 올라가 있다는 건 구체적인 절차 실행 가능성이 논의되고 조율된 방안이어야 하는데 현재는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선 구제 후 회수라를 슬로건은 좋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작동하기 쉽지 않은 상황으로 '선 구제'조차도 어려울 수 있어 피해자의 혼란만 가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형규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검사도 토론자로 참석해 "(개정안은) 법리적으로 논의가 필요한 측면이 있다"며 "이 법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시적 특별법으로 앞으로 다른 문제가 발생할 경우 계속 중요한 참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적자에 시달리는 HUG의 부담도 커진다. 최우식 HUG 경공매지원센터 팀장은 '개정안에 따른 HUG의 역할과 문제점'을 발표하며 "개정안에 따라 HUG가 유일하게 임차보증금 반환 채권을 매입하는 기관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며 "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선 구제 후 회수 관련 업무를 수행하면 운용비용으로 1000억~3000억원의 추가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팀장은 "임차보증금 반환의 채권 가치 평가를 적정하게 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쉽지 않아 제일 큰 문제"라며 "국가 예산을 투입한다고 해도 전세 사기 피해자뿐 아니라 다른 (종류의) 사기 피해자들과 형평성 문제 또한 있을 수 있어 HUG의 업무 수행 시 상당한 애로점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개정안이 아니어도 전세 사기 피해 주택을 매입 임대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점을 전했다. 박종인 LH 전세피해지원팀장은 "경공매 개시 전에 임대인과 임차인 합의를 통해 피해주택을 매입해 임차인에게 대금을 지급하는 '협의 매수' 방식을 도입했다"며 "피해자를 폭넓게 구제하기 위해 매입 임대의 요건도 최대한 완화했다"고 밝혔다.
금융권도 특별법 개정안이 부담이라고 언급했다. 금융권 대출 같은 선순위 근저당이 많아서 경매에 넘어가는 주택은 피해자가 신청하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선순위 저당 채권을 매입하는 조항이 개정안에 담겼기 때문이다.
임형준 금융위원회 거시금융팀장은 토론회에서 "캠코가 선순위 저당 채권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금융회사가 선순위 채권 매각을 강제하는 방안은 재산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며 "만약 금융기관이 채권을 매각할 때 할인 매각까지 강제한다면 재산권 침해의 소지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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