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모은 재산 성남의 어려운 아이들 위해 남기고 떠난 홍계향 할머니

[아이뉴스24 정재수 기자] “성남은 나에게 제2의 고향,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써주길 바랍니다”

‘행복한 유산 기부 성남시 1호’로 경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이름을 올린 홍계향 할머니가 지난 19일 별세했다. 향년 90세.

홍 할머니는 10년 전 2014년 6월 자신이 거주하는 중원구 성남동 소재 4층 규모 주택(현재 시세 12억원 상당)을 기부했다. 당시 기부 이유에 대해 “성남지역 저소득 계층을 위해 쓰고 싶다”고 말했다.

홍 할머니가 기부한 유산은 노점상, 지하철 청소, 공장 노동자로 일하며 반평생이 넘도록 어렵게 모은 재산으로 지역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홍 할머니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1934년에 부산에서 태어난 홍 할머니는 21세 되던 해에 결혼한 뒤 서울로 상경해 김·미역 노점상, 폐지 줍기를 전전하며 타향살이를 했다.

1983년 49세의 나이로 성남에 정착한 할머니는 지하철 청소, 액자공장 등에서 닥치는 대로 일을 해 돈을 모았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마련한 것이 2002년부터 별세 전까지 살았던 4층 주택이다.

내 집을 마련해 사는 동안 슬하에 하나 있던 딸이 2010년 질병으로 죽고 치매를 앓던 남편마저 2013년 12월 별세했다.

이후에도 홍 할머니는 노인일자리 사업과 자원봉사 활동 등을 부지런히 해오다 지난해 9월 낙상사고로 왼쪽 다리뼈가 골절돼 수술 후 재활치료를 받아왔다.

올해 2월 오른쪽 다리뼈마저 골절돼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병원에서 생활했다.

성남시는 홍 할머니가 병환으로 19일 별세해 22일 시의료원에 차려진 장례의 모든 과정을 함께 했다.

신상진 시장은 지난 21일 저녁 홍계향 할머니의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신 시장은 “지난 3월 할머니를 방문해 빠른 회복을 기원하고 병원에 계시는 동안 불편함 없이 지원해 드리고자 3개 기관이 힘을 모았었다”면서 “성남시가 어르신 마지막 가시는 길을 끝까지 배웅하겠다. 고인의 바람대로 남기신 유산은 지역 내 저소득층을 위해 소중히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