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우주항공청으로 가는 길은 멀었다. 20일 이른 아침 서울역에서 KTX에 몸을 실었다. 자리가 없어 대전까지는 입석이었다.
이른 아침에 대전과 대구, 창원과 마산, 진주로 가는 이들이 많았다.
오전 8시 23분에 출발한 KTX는 대전과 대구를 들렀다. 밀양을 지나 창원과 마산을 거쳐 오전 11시 55분에 드디어 진주역에 도착했다.
자다 깨고, 자다 깨고, 자다 깼는데도 KTX는 여전히 달리고 있었다. ‘서울에서 진주가 이렇게 멀었나?’라는 생뚱맞은 의문이 머릿속으로 튀어 들어온다. 서울에서 진주로 직선으로 달리지 못하고 대각선으로 달리다, 다시 동에서 서로 남해내륙을 더 기차게 달려야 닿을 수 있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도 KTX로 약 2시간 50분 정도면 갈 수 있는데 이보다 더 멀다. 서울에서 진주까지만 3시간 32분이 걸린 셈이다. 진주역에 내려 셔틀을 타고 20여분을 더 가야 바닷가에 있는 우주항공청(우주청, KASA) 임시청사를 만날 수 있다.
◇몇 번을 잠들었다 깼는데도 기차는 여전하 달린다=우주청은 오늘 27일 업무를 시작한다. 총원 293명의 인원으로 출발해야 하는데 개청할 때는 직원이 100여명에 불과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임기제 공무원 등 채용 절차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주청은 문을 여는데 정작 그곳에서 일할 이들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진주역에서 내려 셔틀을 타고 사천시로 접어들자 지역민들이 ‘우주항공청’에 대한 부푼 기대감을 표현한 문구가 고스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사천시 거리 곳곳에 ‘우주항공청 사천 개청’이란 플래카드는 기본이었다.
여기저기 ‘2045년 화성 탐사를 위한 위대한 여정’ ‘5월 27일 마침내 우주항공청 개청’ ‘대한민국 우주항공수도 경남 사천’ 등 다양한 문구가 길거리를 가득 채웠다.
거리에서 만난 한 사천시민은 “우주청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며 “가뜩이나 경제가 너무 안 좋은데 우주청이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올라가고 미래 중요한 먹거리를 확보해 사천 경제에 큰 힘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우주청 임시청사를 찾았다. 사천시 사남면에 있다. 아직 공사가 이어지고 있어 작업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찾아온 방문객들이 낯선 듯 가끔 쳐다볼 뿐 제일을 묵묵히 이어갈 뿐이었다.
책상과 탁자도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고, 화장실 등도 아직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27일 개청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주변은 어수선했다.
우주청은 바닷가를 옆에 끼고 있어 전망은 시원했다. 앞뒤로 우주청 임시청사를 가로막는 높은 건물은 없었다. 탁 트인 경치와 잔잔하게 흐르는 짙푸른 바다가 우리를 맞았다. 1층에서 9층의 건물로 한 개 층만 다른 업체가 사용하고 총 8개 층을 우주청이 사용한다.
임시청사 곁에 만들어진 주차장도 널찍하게 자리 잡고 있어 주차난은 없을 것으로 보였다.
이재형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장은 “본청사 후보지를 찾고 있는데 설계하는 등등의 과정을 거치다 보면 몇 년이 걸릴 것”이라며 “임시청사에 머무는 기간은 약 3년 정도로 보고 있는데 더 있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길면 5년까지 지금의 임시청사에서 업무를 보고 이어 본청사를 건립해 자연스럽게 이전할 계획이란 설명이다.
이 단장은 “선발 직원들(약 100여명)은 이번 주 목~금요일 사천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며 “임기제 공무원은 현재 채용이 진행 중이라 전체 293명의 우주청 인원은 연말에 모두 제자리를 잡고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이 단장은 “우주청이 개청하면 지역혁신을 일구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며 “(사천시와 함께) 우주항공복합도시를 만들어 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개청은 27일 하는데 개청 행사는 따로 날짜를 잡아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구체적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박동식 사천시장은 이날 사천시청에서 우주청 관련 지원책에 대해 설명하면서 “과감한 지원 정책으로 우주청이 안착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우주청 개청으로 우주강국으로 우뚝 설 것이고 그 중심에 사천시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경상남도와 사천시는 이날 배포한 우주청 지원책 관련 자료에서 ‘과감한’ ‘파격적’ ‘전폭적’이란 문구를 동원하면서 적극 나설 것임을 천명했다.
◇정주 여건, ‘과감하고 파격적 지원’ BUT 부족한 부분도 =경상남도와 사천시는 우주청 직원에 ‘과감한 지원 대책’을 내놓았다. 경상남도는 4인 가족의 우주청 직원이 사천이나 진주, 주변 군 등으로 이주하면 최대 3010만원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지역제로페이(10만원)+가족이주 정착금 600만원(인당 200만원 X 3)+자녀장학금 2400만원(자녀 2명 X 50만원 X 24개월)을 합친 금액이다.
경남도청 관계자는 “우주청 직원의 경남과 시·군 진입을 축하하고 조기 정착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경상남도 지원과 함께 사천시의 지원책은 더 파격적이다. 자녀 양육 지원금을 비롯해 △이주정착 장려금 △주거지 월세 지원 △건강검진비 지원 △주택자금 대출이자 지원 등 무려 29개 항목의 지원 대책을 내놓았다.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였다.
기준에 따라 차이는 있는데 사천시는 우주청 직원에 대해 1인 기준 4100만원, 4인 기준 4800만원 규모의 지원이 있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사천시청 관계자는 “우주청 개청에 따라 우주청을 중심으로 한 혁신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과감한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우주항공수도로 대한민국 우주항공 분야 전략 기관을 지원함으로써 우주강국 도약을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사청시청에서 관련 브리핑이 끝난 이후 우주청 직원들이 살게 될 주거 공간을 찾았다. 우주청이 제공하는 용현휴먼시아와 사천시가 제공하는 삼정그린코아포레스트 두 곳을 직접 방문했다.
용현휴먼시아는 2010년 준공된 아파트이다. 16~24평 규모로 임대아파트. 이곳에 우주청은 약 40가구를 확보해 놓고 있다. 이곳에서 우주청까지는 차량으로 약 15분 정도 걸린다고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다만 용현휴먼시아는 지난해 외벽에 균열이 발견돼 현재 ‘땜빵(구멍나거나 금 간 곳을 때우는 일)’만 해놓은 상태이다. 외벽이 덕지덕지 ‘땡빵’돼 있어 지저분해 보였다. 현장에서 만난 한 입주민은 “외벽에 문제가 발생해 오래전에 ‘땜빵’을 해놓고 페인트칠을 한다고 하더니 감감무소식”이라며 “이곳에 우주청 직원들이 입주하는 게 맞느냐”고 되물어왔다.
사천시가 제공하는 삼정그린코아포레스트는 한국항공우주(KAI)를 근처에 두고 있고 깨끗하면서도 준공한 지 오래되지 않은 아파트이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이곳은 사천공항을 이용하는 비행기의 이착륙 경로에 있고 시도 때도 없이 군 훈련이 잦다는 데 있다.
인근에 산다는 한 시민은 “공군 훈련이 자주 있는데 그런 날에는 전투기 등이 이착륙하면서 발생하는 소음이 장난 아니다”며 “사천공항에 내리는 민항기의 이착륙 소음도 고통 중의 하나”라고 전했다. 겉으로는 깨끗하고 산뜻해 보이는데 ‘비행기 소음’이 큰 걸림돌이라고 이 주민은 지적했다. 이곳에 살기 위해서는 ‘비행기와 전투기 소음’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한편 경상남도는 수도권에서 사천시로의 쉬운 접근성을 위해 ‘진주역~마산역’ 철도를 증편 운행할 계획을 내놓았다. 궁극적으로는 ‘서울~사천’을 직통 연결하는 사천우주항공선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경상남도 측은 “지금은 사천에서 진주를 거쳐 서울까지 KTX로 약 3시간 56분이 걸린다”며 “사천~서울 직통선이 구축되면 2시간 40분이 걸려 지금보다 약 1시간 16분 단축된다”고 설명했다.
/사천(경남)=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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