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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 사태' 맞나…행보 답답한 국민의힘 비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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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여 비대위원장 "혁신도 소홀히 않을 것" 취임 일성
비대위원 인선부터 '총선 패배 책임자' 다수 포함
방향 잃은 '전당대회 룰' 개정…당정관계도 변화 안 보여
'전당대회용' 태생적 한계…당 내 권력도 '사분오열' 형국

[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우여곡절 끝 출범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활동 일주일을 넘겼다. '전당대회용'이라는 평가에도 황우여 비대위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혁신 작업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동안의 '황우여 비대위' 행보는 이와 거리가 있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 2020년 21대 총선 패배 이후 등장한 '김종인 비대위'와 비교할 때 역동적 개혁이나 참신함이 아쉽다는 평가가 벌써부터 나온다.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과 추경호 원내대표, 정점식 정책위의장 등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앞서 주요 당직자 임명장 수여식을 갖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국민의힘 비대위는 현재까지 19일까지 비대위 회의를 두 차례 가진 데 이어 사무총장·정책위의장(성일종·정점식 의원) 등 주요 당직 인선 등을 마쳤다. 황 비대위원장은 지난 13일 열린 1차 회의에서 "당헌당규가 부여한 권한을 갖고 우리에게 맡긴 당무를 잘 처리해, 속히 '국민이 바라는 여당'다운 국민의힘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16일 열린 2차 회의에서도 "일하는 비대위를 만들자고 약속한 만큼, 지체없이 효율적으로 일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황 비대위원장이 연일 '속도전'을 강조하고 있지만 딱히 눈에 보이는 결과물은 나오지 않고 있다. 우선 비대위 핵심 역할인 '전당대회 룰 개정' 문제만 봐도 여기저기 눈치 보기가 계속되는 모양새다.

황 비대위원장은 지난 16일 나경원 동작을 당선인이 주최한 '저출산과 연금개혁 세미나'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서 전대 시기와 룰 확정 일정에 대해 "당헌당규를 개정해야 하는 문제고, 그에 따라 절차가 정해져 있다"며 "전례에 따라 일정을 정할 건데 대개 공표를 안 한다. 신속하고 공정하게 차근차근 진행할 것"이라면서 말을 아꼈다.

전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이번에 새로 규정을 만들어 전당대회를 하자는 의견이 있는데 그것을 묵살한다면 과연 당원들이 받아들이겠냐, 또 국민은 어떻게 볼까 싶다"고 했다. 이번 전당대회는 기존과 같이 치르고 다음 지도부에 룰 개정을 맡기자는 친윤계 일각의 주장을 일축한 것이다. 그러나 기존 룰을 바꾸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심지어 "비대위원 인선에서도 전당대회 룰에 대해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밝힌 사람들은 선입견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배제했다"고 했다. 자신 룰 개정 방향에 대해서도 입장을 분명히 하지 않았다.

당 지지율 회복을 위한 또다른 과제로 꼽히는 '수직적 당정관계 탈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비대위는 지난 13일 윤석열 대통령과 만찬을 가졌으나, 황 비대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대통령실을 향해 특정 사안과 관련한 별도 요구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은 만찬 후 '황 비대위원장이 자리에서 전대 준비 등 당 현안을 차질 없이 챙기는 한편,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당정 간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해 원칙론만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추경호 원내대표가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 국민적 찬성 여론이 높은 김건희 여사·채상병 특검에 대해 '거부 입장인 윤 대통령과 전반적으로 다 같이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힌 것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이같은 '황우여 비대위'의 행보는 지난 2020년 황교안 전 대표 체제로 치른 21대 총선 참패 직후 등장한 김종인 비대위의 쇄신 행보와 비교했을 때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다. 당시 미래통합당 시절 지금의 국민의힘과 비슷하게 총선 패배 40여일 후 공식 출범한 김종인 비대위는, 비대위원 인선부터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낙선자 신분이었던 김현아 의원과, 현재도 당 안에서 '소장파'로 꼽히는 김재섭·김병민 당시 서울 도봉갑·광진갑 조직위원장이 모두 이때 비대위원에 포함됐다.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임기가 끝난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의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퇴장하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김 전 비대위원장은 취임 다음 날 열린 첫 의원총회에 참석해서도 "다소 불만스러운 일이 있더라도, 과거 가치와는 조금 떨어지는 일이 있더라도 너무 시비 걸지 말고 협력해달라" 강력한 당 체질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취임 일성에서도 당 내 의원들을 향해 '더는 보수, 자유, 우파라는 말을 쓰지 말라. 국민은 더 이상 이념에 반응하지 않는다'며 강경 발언을 쏟아냈는데, 당시 장제원 의원 등 상당수 인사들이 이에 크게 반발한 바 있다.

이후 '국민의힘'으로의 당명 개정, 탄핵 사과 등 쇄신 작업을 꾸준히 이어나간 김종인 체제는, 이듬해 4월 열린 서울시장·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승리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지속된 당 암흑기를 끊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문가들도 지금까지 황우여 비대위가 보여준 모습이 향후 당 지지율 회복을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는 통화에서 "여당 자체가 현재 '힘의 공백' 상태이자, '권력의 진공' 상황"이라면서 "김종인 비대위와 다르게 기간을 '전당대회 이전'까지로 규정해놓고 시작하다보니, 권력이 사분오열돼 당이 나아갈 방향을 못 잡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도 "(비대위원 인선부터) 친윤 등 총선 패배 책임이 있는 사람이 대거 들어갔다"며 "국민 신뢰 회복이 더딜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유범열 기자(hea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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