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전국의 76개 재건축 조합이 재건축 부담금의 기준이 되는 한국부동산원의 주택 가격통계를 믿지 못 하겠다며 청구한 공익 감사가 착수하기도 전에 허무하게 종결됐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시행으로 당장 부담금 납부에 직면한 조합들은 부동산원 시세의 개선 방안이 나올 때까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부담금 산정을 유보하라고 압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76개 재건축조합이 모인 전국재건축정비사업조합연대(전재연)가 감사원에 청구한 공익 감사가 지난달 30일 종결된 것으로 확인됐다. 본격적인 감사에 착수를 하지 못 한 채 지난 3월18일 공익 감사를 청구한 이래 한 달여 만에 종결처리된 셈이다.
이번 청구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시행에 따라 재건축 부담금을 산정할 때 쓰는 한국부동산원의 주택가격 동향 조사 통계가 현 정부 들어 조작 의혹을 받고 있어 이를 활용해선 안 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감사원은 국토부가 국토연구원과 한국주택학회에 맡긴 통계 개선 방안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라며 공익 감사 청구를 종결했다. 국토부의 개선 방안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란 취지다. 전재연 측은 "감사원이 국토부에 답변을 받은 결과 주택가격통계 연구 용역 등 개선 방안을 마련 중이어서 향후 제도 개선이 예정돼 감사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돼 종결 처리한다고 알려 왔다"고 밝혔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 당시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주간 아파트 매매 가격 통계와 관련한 조작 의혹이 일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지적된다. 관련 재판은 주간 주택 가격 변동률을 125차례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재건축 부담금의 산정의 기준은 한국부동산원의 월간 동향 아파트 매매가격지수인데, 주간 동향과 별개인 것처럼 보이나 주간 동향 집계 시 포함하는 표본과 월간 통계의 표본이 겹칠 수 있다고 전재연은 보고 있다. 또 주간 동향을 바탕으로 월간 동향이 집계되는 것이나 다름없어 전재연은 한국부동산원의 통계를 기준으로 부담금을 산정해선 안 되고, 대신 실거래 가격 지수를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조합들이 주택 통계의 신뢰성을 문제 삼는 이유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에 따라 각 아파트는 재건축으로 발생한 시세 차익의 일부를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 전반적인 집값이 올라 발생한 상승분은 재건축으로 인한 시세 차익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시장 상황에 따라 오른 것이지, 재건축으로 인한 시세 차익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에 전체 집값 상승률이 높을수록 재건축 조합에 유리하다. 반대로 낮을수록 재건축으로 인한 시세 차익이 크다고 판단해 납부해야 할 부담금도 늘어난다.
지금처럼 주택 통계의 신뢰성이 떨어진 상황에서 재건축 부담금 산정을 미뤄야 한다는 게 전재연의 주장이다. 이에 감사원이 주택 통계 개선 방안이 마련으로 공익 감사 청구를 종결했다면 그럼 적어도 연구 용역 결과가 나오는 9월 말까지는 재건축 부담금 산정을 유보해야 한다는 뜻을 정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전재연은 감사원의 종결 처리가 확인됨에 따라 오는 20일 대표 조합들과 회의를 열고 향후 대응 방안을 모색한다.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21일께 국토부 등 관계 기관에 공문을 보내 주택 통계 관련 용역이 마무리될 때까지 재건축 부담금 산정을 유보해 달라고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전재연 측은 "감사원에 공문을 보내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하고 향후 연구 용역 완료 후 제대로 이행이 안 된다면 공익 감사를 재청구하겠다고 밝힐 것"이라며 "국토부에도 현재 진행 중인 재건축 부담금 산정을 멈출 것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재연이 언급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2021년 8월 준공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반포 센트레빌 아스테리움(반포 현대아파트 재건축)'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월간 동향의 매매 가격 지수를 반영해 시뮬레이션 한 결과, 이 아파트의 재건축 부담금은 가구당 1억6075만원이다. 하지만 실거래 가격 지수를 기준으로 하면 0원이다. 재건축 조합 설립 시기 대비 준공까지 한국부동산원의 매매가격지수는 약 23.4% 상승하는데 그쳤는데, 실거래 가격 지수는 99%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순복 서초구 반포현대아파트 재건축 조합장은 "지난달 말에 공문을 통해 서초구청에 재건축 부담금 산정을 미뤄 달라는 조합의 입장을 밝혔다"라며 "구청에서 공익 감사 청구와 관련한 자료 제출을 요구해 이번 주에 제출한 상태로 구청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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